신유빈(대한항공)이 공동취재구역에 등장했다.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중국의 천멍에게 0-4로 패한 직후였다.
공동취재구역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취재진과 선수가 만나는 구역이다. 치열했던 승부, 희비가 엇갈리는 경기 결과에 대한 여운이 남은 채로 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서야 한다.
신유빈은 졌음에도 차분했다. 패배 후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신유빈은 취재진을 보자마자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친절했다.
공동취재구역에는 선수와 취재진의 동선을 구분하는 작은 벽이 있다. 취재진은 벽 중간에 테이블 같은 공간이 있는데 취재진은 녹음 기능을 켠 스마트폰을 그곳에 올려놓는다. 신유빈의 인터뷰 내용을 담기 위해서다.
신유빈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취재진이 스마트폰을 올려놓는 모습을 보더니 돕기 시작했다. 멀리 있는 기자의 휴대폰을 받아 자신이 직접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공동취재구역에서 선수는 '왕(王)'이다. 누구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선수가 굳이 안 그래도 됐다. 신유빈은 친절했다.
그리고 성실히 인터뷰에 임했다. 인터뷰는 스포츠 팬들에게 선수의 생각과 이야기, 정보를 전달하는 중간 다리다. 신유빈은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했다. 패배를 인정했고 3일로 예정된 동메달 결정전을 잘 준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친절한 신유빈'은 이번 대회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TV 방송과 인터뷰에서 취재진을 향해 "안 힘드세요? 괜찮으세요? 식사는 다 하고 계세요?"라고 묻는 따뜻한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원래는 취재진이 선수에게 해야 할 질문이다.
신유빈의 경기는 현지시간으로 2일 오전 10시에 열렸다. 관중석에서는 개최국 프랑스 팬들이 제법 많았다. 바로 이어지는 남자 단식 경기에 프랑스 선수가 출전했기 때문이다. 중국 팬들의 "짜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가운데 프랑스 팬들은 다소 어색한 발음으로 "유~빈~"을 외치며 신유빈을 격려했다.
신유빈은 친절하게도 그들을 기억했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많은 응원을 받으면서 경기를 하니까 즐거웠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