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진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야당 후보인 에드문도 곤잘레스가 승리했다고 인정했다.
또 그동안 베네수엘라에 우호적 입장을 보여준 중남미 국가들도 투명한 자료 공개를 요구하고 있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는 양상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곤잘레스 후보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전날 브라이언 니컬스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도 미주기구(OAS) 회의에서 "곤잘레스의 대선 압승을 마두로 대통령이나 국제사회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대선에서 투표 종료 이후 6시간 만에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3선)을 공식화했지만, 실시간 개표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시민단체의 개표 참관을 차단해 부정 개표 논란이 일었다.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이끄는 민주야권 측은 "곤살레스 후보의 압승을 확인할 수 있다"며 자체적으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득표율 정보를 온라인에 공개하고 있다.
마차도는 홈페이지에 올린 자료를 통해 곤살레스는 717만 3152표(67%), 마두로는 325만 424표(30%)를 각각 얻었다고 밝혔다.
중남미에서 양대 대국으로 꼽히는 멕시코와 브라질 등 그동안 '이념적 연대'를 표방하던 중남미 주요 좌파 정부도 베네수엘라 정부 당국에 개표 과정 전반의 투명한 공개를 촉구했다.
멕시코 외교부가 공개한 공동 성명문에 따르면, 멕시코와 브라질, 콜롬비아 등 3개국은 베네수엘라 선거 당국에 신속한 개표와 투표소별 구체적인 개표 결과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콜롬비아 역시 좌파 지도자가 집권 중이다.
이들 3개국은 "우리 정부는 베네수엘라 개표 과정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결과에 대한 공정한 검증을 통해 국민 주권의 기본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거 과정에 대한 분쟁은 제도적 채널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며 "우리는 베네수엘라 내 폭력 사태의 확대를 막기 위해 각 주체가 최대한 자제할 것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두로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선관위 발표가 나오자 야당 지지자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시위대 수백 명을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11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