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폐기' 반복에 野내부 피로감↑…'강성' 추미애도 우려

개원 2개월째, 여야 합의 처리 법안 '0'건…통과시켜도 거부권
정쟁 되풀이에 "피로감 누적" 우려…주류는 여전히 '공세 고삐'
尹 탓해도 지지율 반사효과 못봐…"탄핵 명분 쌓기만 집중" 비판

윤창원 기자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강행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이 폐기되는 상황이 쳇바퀴 돌듯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야 대치로 합의 처리한 법안은 전무한 상태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귀책 사유를 윤 대통령에게 둔 채, 더욱 강도 높은 공세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지지율은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당내에서도 "정치가 실종됐다"거나 "국민이 피로감을 느낀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심지어 '강성' 중진 추미애 의원마저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정쟁 되풀이에 당내 "국민 피로감 누적" 우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1일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회 본회의에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을 상정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일정 방해)에 돌입했다. 앞서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상정돼 여당의 필리버스터를 거쳐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바 있으나 이들 법안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된다. 채 상병 특검법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왔지만 재의결에 실패해 폐기됐다.

이날 본회의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도 보고됐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 6당은 이 위원장이 방통위에서 2인 체제로 위법하게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의결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주장한다. 야당이 방통위 수장에 대한 탄핵안을 제출한 것은 이동관,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에 이어 네 번째다. 그간 야당이 탄핵안을 발의하면 위원장은 직무가 정지되기 전 사퇴하고 윤 대통령이 새로운 인사를 임명하는 과정이 반복돼 왔다.

당 주류 세력은 이 같은 '도돌이표' 상황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타개하려면 정부를 더 세게 압박해야 한다는 강성 일변도의 입장이다. 더 많은 입법을 통해 윤 대통령의 정무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공세를 다변화하겠다는 것이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이 방송4법까지 거부하면 법안 20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데, 국회는 입법청문회나 탄핵소추와 함께 국정조사를 병행하며 국회법 안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이에 대한 국민적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과 못 내고 '탄핵 명분' 쌓기만 집중" 비판도

그러나 당 물밑에선 회의감과 더불어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법을 발의하고 통과시켜봤자 대통령이 거부권을 쓰니 결과적으로 아무 성과가 없다. 의료대란 등 심각한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민이 결국 거대 야당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지도부의 전략은 오로지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을 유도해 '탄핵 명분'을 쌓는 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도 "거부권 정국에 필리버스터까지 이어지면서 당내에서 문제 제기하는 사람이 많고, 결국 다수당인 우리가 고리를 끊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실제로 민주당은 현재 대치 정국의 원인을 윤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지만 당 지지율은 반사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5~26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38.4%, 더불어민주당은 36.1%로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와 관련해 한 3선 의원은 "원래 같으면 민주당 지지율이 앞서야 하는데 오히려 뒤처진다는 건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라며 "국민이 지쳐가는 상황에 여당과 협상해 뭐라도 처리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여야 합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세사기특별법이나 간호법 등을 우선순위에 두고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관련해 원내 관계자는 "대치 정국이 우선인 상황에 여당도 지금은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방송장악' 등 현안을 넘어간 뒤 논의가 시작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강성이자 중진인 추미애 의원도 공개 발언에 나섰다. 추 의원은 본회의 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현 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피곤해 하시는 것 같다"며 "민생이나 경제 관련 이슈를 더 부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답답한 정국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효능감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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