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국회…與, 이진숙 이어 김문수 '우경화'에 당내 불만

국민의힘, 국회 파행 책임 野에 돌리며 거부권 당위성 확보 전략
24시간 필리버스터 '무의미' 지적에도, 중도 향한 구애 창구로 쓰지만
尹, 이진숙·김문수 우경화 인사에 야권에 역공 빌미
업무 역량보다 이념 논란이 중심, 與 투쟁 전선은 뒷전으로
당내 일각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 나는데, 납득 불가"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대안)에 반대하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22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여야가 합의로 처리한 법안은 한 건도 없고,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법안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될 처지다.
 
꽉 막힌 국회 상황 속,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의 전략은 국회 파행의 책임을 더불어민주당에 돌리고, 입법 독주로 인한 법안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여론전을 펼치는 데 치중돼있다. 24시간 뒤에 강제 종료 당하기에 사실상 무의미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일정 방해)에 당력을 집중하는 것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국민들에게 야당의 입법 독주와 거부권 당위성을 알리려는 목적이 크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우경화' 인선 발표가, 야권에 역공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를 통한 몸부림은 이미 주목받지 못하고, 오히려 총선 참패 이후에도 민심과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어 투쟁에 대한 무력감이 커지는 형국이다.
 

필리버스터 하루면 끝나지만 "어떻게든 野 비판하며 여론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은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이 상정되자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방송4법' 저지를 위한 5박6일 필리버스터가 끝난지 이틀 만이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민주당에 돌리는 데 집중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본회의 상정 전에 열린 규탄대회에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을 '현금살포법'으로 규정하고 "경제가 망가지든 말든 달콤한 현금을 뿌리며 막 살자는 것을 이재명 대표는 '먹사니즘'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막사니즘'"이라고 비판했다.
 
첫 토론 주자로 나선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현금 살포 방식은 필요한 곳에 필요한 방법으로 전달될 수 없다"며 "25만원 지급은 13조의 국가채무다. 취약계층을 보듬거나, 생산성을 높이거나 둘 중 하나의 효과는 있어야 하는데 선순환의 고리를 형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3시에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24시간 뒤에 종료된다. 재적의원 5분의3(180석)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24시간 뒤 토론을 강제 종료할 수 있는데, 여당 의원을 모두 합쳐도 108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는 2일에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놓고 똑같은 절차가 다시 진행된다. 국민의힘은 재차 24시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뒤, 다음날 법안 통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결국, 법안 처리를 하루 지연시키는 것 외에는 실익이 없는 조치이기에 당내에서도 '소모적'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하지만 4.10 총선 참패로 국회에서 자력(自力)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사라진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필리버스터가 유일하게 국회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투쟁 방식이다.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국민들이 보시기에도 홀로 장시간 발언하고 있으니 도대체 뭐하고 있는지 한심해 보이실 수 있다"면서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이 법안을 거부해야 하는 이유를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당원과 중도층에게 전달해야 민심도 움직일 수 있고, 거부권에 따르는 부정적인 시각도 누그러뜨릴 수 있기에 다들 투쟁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우' 발언 소환, 野의 역공…與 투쟁은 힘 빠져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정무직 인선 발표에서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인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당내 일각에서는 한정적인 대국민 여론전 국면에라도 당정이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연이은 '우경화' 인선이 야권에 역공 빌미를 주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임명한 데 이어 전날에는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로 지명했는데, 야권에서는 업무 역량보다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고 있다.
 
특히 김 후보의 경우 '불법파업에는 손해배상 폭탄이 특효약', '민주노총은 김정은 기쁨조',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 등의 이미 과거에 문제가 됐던 발언들이 재소환되고 있는데, 여권 내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극우적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극적인 발언들이 여론의 관심을 흡수하면서 여당의 자체 투쟁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일련의 인선은 너무하다는 생각 뿐"이라며 "우리끼리 똘똘 뭉쳐서 투쟁하려 해도 엉뚱한 곳으로 이슈가 쏠리고 있는데,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총선 패배의 여파에서 벗어나 중도 확장에 나서야하는 시점인데 전혀 환영받지 못할 인사"라며 "이런 인선을 기획한 대통령실 참모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여기에 더해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이날 방통위 산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에 민영삼 전 국민의힘 특별보좌관을 임명했는데, 그는 보수 유튜브 출연 당시 막말 이력으로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영삼 전 특보의 경우 지난해 최고위원 선거에서 낙선했을 만큼 당원들에게도 선택받지 못했던 인물"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민심과 멀어지고 싶은 것인지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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