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음악 사업이 아티스트와 팬분들에 대 한 더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팬덤 전문성이 강화된 음악 부문으로서의 노력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1일 공개된 주주서한 중)
'업계 시총 1위' 기업 하이브(HYBE)가 '초격차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신사업 전략 '하이브 2.0'을 편다. 하이브는 1일 주주서한을 통해 '하이브 2.0'을 발표했다. 중장기적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준비한 계획이 마침내 공개됐다. 다양한 레이블을 갖추되 각자의 독립성과 독창성을 보장한 '멀티레이블' 체제를 '보완'해 국내 및 일본의 멀티레이블 사업을 총괄하는 새 부서를 만들겠다는 점, '음악'에 집중하겠다는 방향성이 눈에 띈다.
전신인 빅히트 뮤직에서 2020년 하이브로 변모했을 당시, 하이브는 '레이블-솔루션-플랫폼' 사업으로 구성된 팬덤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적용, 멀티레이블 시스템을 바탕으로 글로벌 확장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매출 연평균 40% 성장 및 2023년 엔터사 최초로 매출 2조 원 돌파 등을 이뤄내 "성공적"이라 자평한 하이브는 "몇 년간 가파른 고속 성장을 하는 동안 미래의 성장 방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해 왔다"라고 말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내 주도적 사업자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환경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선제적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하이브는 △본질인 음악에 더 집중하며 △중기적인 성장 모멘텀을 현실화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구조적 변화를 가져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레이블-솔루션-플랫폼이라는 기존 사업 영역을 음악-플랫폼-테크(기술) 기반 미래 성장 사업으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음악 부문에서는 "본질인 콘텐츠 품질과 팬 경험을 향상함과 동시에 한국·미국·일본·라틴 사업의 확장 및 지역 간 시너지 창출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알렸다. 플랫폼 부문에서는 "최고의 크로스오버 장르 플랫폼이 되기 위하여, 장르 확대 및 서비스 모델의 고도화를 통해 아티스트 활동을 활성화하여 이를 통해 팬분들의 경험을 더 풍부하게 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술 기반 미래 성장 사업은 "현재 인큐베이팅 중인 게임 사업의 본격적 확장과 더불어 미래형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선행 R&D(Research & Development·연구 개발)가 추진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3대 사업 영역 개편을 두고, 하이브는 "모든 사업적 노력의 핵심에는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권) 기업으로서의 하이브'가 지향하는 '콘텐츠와 팬 경험의 본질적 혁신'이 자리 잡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멀티레이블 시스템을 "능력 있는 창작자들이 단기적 성패에 매몰되지 않고 창작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해주는 체계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구조"라고 정의했다.
하이브는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저희는 하이브의 성장을 이끌었던 멀티레이블 시스템에 보완이 필요한 사항은 없는지, 그리고 글로벌로 확장 적용 시에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등에 근본부터 다시 살펴봤다"라고 부연했다. "일련의 사건들"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의 대립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멀티레이블 시스템을 통한 음악 사업의 본질 강화와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목적으로 '하이브 뮤직 그룹 에이팩'(HYBE MUSIC GROUP APAC)을 출범해, 국내 및 일본의 멀티레이블 사업을 총괄하겠다고 밝혔다. 레이블 사업의 성장과 혁신에 필요한 전략,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음악 서비스 기능의 고도화와 투자를 추진하겠다는 게 요지다. '독립적'이고 '독창적'인 크리에이티브 활동을 각자 펼쳐온 기존 방향성에서 벗어나는 행보다.
신영재 빅히트 뮤직 대표가 하이브 뮤직 그룹 에이팩의 초대 대표를 맡을 예정이다. 2019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한 후 다양한 전략·정책 사업모델 개발을 담당한 신 대표는 2020년부터 빅히트 뮤직 대표직을 맡아 레이블 조직 및 기능 고도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로 소개됐다.
글로벌 음악 사업과 관련해서는 '멀티-홈'(Multi-home) '멀티 장르'(Multi-genre)를 구체화하겠다는 전략을 폈다. 현지 IP 개발을 강화해 각 지역 시장에서 '주도적 사업자' 위상을 확보하고, 기존에 K팝을 소비하지 않았던 팬층까지 하이브의 생태계로 유입시키는 전략을 뜻한다.
미국 시장에서는 '하이브 2.0' 일환으로 하이브 아메리카 산하에 레이블서비스를 출범한다. 미국의 전통적인 매니지먼트 사업과 하이브의 360 비즈니스 모델을 합친 사업 구조로, 레이블과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유통·마케팅·프로모션 서비스는 물론, 아티스트의 커리어 성장 곡선을 함께 설계하며 단계별로 적절한 사업 모델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하이브의 한국·일본·라틴 아티스트의 미국 진출도 하이브의 자체 레이블서비스를 통하여 효율적으로 진행이 가질 것"이라는 게 하이브 설명이다.
올해 6월 첫 싱글 '데뷔'(Debut)로 첫발을 뗀 하이브의 첫 미국 현지화 그룹 캣츠아이(KATSEYE)를 시작으로, 이후에도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해 현지화 신인을 계속 배출할 수 있을 거라고 하이브는 기대했다.
일본 시장에서는 '현지화 신인 개발' 'J팝 시장 내 솔루션사업 확대'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실행할 계획이다. 하이브의 첫 일본 현지화 그룹으로 2022년 12월 데뷔한 그룹 앤팀(&Team)은 1년 7개월 만에 아레나 투어를 확정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이브 재팬은 새로운 일본 현지화 신인을 준비 중이며, 일본 지상파 방송 출연과 오프라인 이벤트 등 현지화 전략을 써 '톱 아티스트'를 계속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SM 출신' 인물도 영입한다. 하이브 재팬은 "성장에 가속도를 붙이기 위해" 김영민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사장을 하이브 재팬 회장(Chairman)으로 신규 선임한다고 밝혔다. 업계의 대표적 '일본통'으로 알려진 김영민 회장은 K팝 산업에서 하이브가 수립한 성공 방정식을 일본 시장에 접목, 하이브 재팬을 일본 최고의 엔터 회사로 도약시킨다는 포부다.
지난해 11월 설립한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와 관련해서는 "라틴의 본고장에서 시작하여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라틴 장르 대표 사업자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까지 바라보고 있다며, 현재 멕시코시티에 전용 스튜디오를 건설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 중이고, 프로듀서 및 아티스트 영입과 육성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팬 기반 사업 모델인 위버스(Weverse)는 올해 4분기부터 구독형 멤버십을 시작한다. 아티스트의 기존 팬클럽 멤버십과는 별도이며, 팬들이 위버스를 더 편리한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게 향상된 기능과 일부 팬클럽 이용 서비스를 연동해 함께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디지털 멤버십 카드, 보너스 젤리 충전, 광고 없는 영상 시청, VOD 오프라인 저장 등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며, 선택적으로 멤버십 독점 콘텐츠 조회, 이벤트 우선 참여 등도 포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라이빗 메시지 구독 서비스인 '위버스 디엠(DM)'은 앤팀, 아일릿(ILLIT) 등 하이브 아티스트를 비롯해 국내외 아티스트로도 추가 확대될 예정이다. 올해 초부터 위버스 일부 영역에 제한적으로 도입한 광고를 연내 본격적으로 적용한다고 예고했다.
마지막으로 기술 기반 미래 성장 사업에 관해서는 "게임 사업을 포함한 오디오/비디오 기술, 생성형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 오리지널 스토리 비즈니스, 온/오프라인 통합 경험설계 등에 대한 사업모델 검증이 그동안 진행되어 왔고, 앞으로는 이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사업화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게임 사업을 "하이브 사업의 본질인 IP 기반 비즈니스의 한 영역이자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기술 집약적 요소들을 포괄하고 있는 사업"이라고 한 후, "하이브의 미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매우 중요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이브는 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경험 가치를 극대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고, 이러한 하이브의 음악 팬덤 비즈니스 노하우는 게임 사업에도 효과적으로 변형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하이브 2.0'은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하기에, 리더십 교체도 진행했다.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가 차기 CEO로 내정돼, 박지원 대표의 뒤를 잇는다. 앞서 박 대표는 "앞으로도 하이브의 한 구성원으로서 하이브의 미래를 위해 저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살릴 수 있는 분야에서 계속해서 기여를 해갈 것"이라고 직접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