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티몬·위메프 구매 상품에 대한 환불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비자 피해는 차차 일단락되는 모양새인데 판매자 피해회복은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이런 사태가 티메프에서만 터지리란 법도 없죠.
최장 70일간 판매대금을 묶어두는 기형적인 구조가 왜 발생했는지, 규제 밖에서 돈놀이를 하는 업종이 또 있는지. 경제부 정다운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일단 소비자 환불 부분부터 살펴볼게요. 카드사랑 결제대행업체, PG사라고 하죠. 여기서 결제취소 진행하겠다고 한지 며칠 지난 것 같은데, 이제야 환불이 시작된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금융당국에서 '결제취소 안하면 여신업법 위반'이다. 강하게 경고하고 난 후에 곧바로 PG사들이 결제취소 진행하겠다고 했는데, 물품이 배송됐거나 용역 서비스가 이행된 경우는 제외해야 하잖아요. 티몬과 위메프에서 그 정보를 받아야만 시작할 수 있었는데 위메프는 어제, 티몬은 오늘 PG사로 물품 배송여부에 대한 정보를 넘겼습니다.
위메프가 넘긴 배송정보는 약 3만건, 18억원 규모이고, 티몬도 비슷할 걸로 보이는데요. 소액결제 건부터 차차 환불이 진행될 걸로 보입니다. 다만 여행상품이나 상품권 결제 부분은 이행이나 사전환불을 확인해야 해서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합니다.
[앵커]
여행 상품은 아직이군요. 혹시 환불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있나요?
[기자]
한국소비자원이 오늘부터 9일까지 집단 분쟁조정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첫 대상이 여행·숙박·항공권을 구입하고 청약철회나 판매자의 계약 불이행을 사유로 환불받지 못한 고객들인데요.
환급을 요구했던 내용이나 결제취소 실패 문자메시지 같은 증명들을 갖추고 신청하시면 됩니다. 여행상품 이외 다른 품목도 50명 이상 집단분쟁 조정 요건에 맞으면 추후 피해자들을 모집할 예정입니다.
[앵커]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소비자 피해는 차츰 일단락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판매사들은 여전히 힘든 상황인데, 앞서 금융당국이 소비자 결제취소에 대해선 여신업법을 들어서 피해회복을 강제했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판매사들에 대한 보호장치는 아예 없는 건가요?
[기자]
애초에 이런 늑장정산을 막도록 정산기일을 규율하는 법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사각지대에 놓여있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들을 규율하는 대규모유통업법이란 게 2011년에 생겼는데 정산기일을 60일 정도로 규정하고 있거든요.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대규모 유통업자를 규율하기 위한 법이어서 이마트나 롯데쇼핑 같은 경우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쇼핑몰까지 법이 적용되는데 티몬·위메프 같은 통신판매중개업으로 분류되는 중소형 플랫폼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있습니다.
[앵커]
일단 해당 법 적용은 안된다는 건데. 어쨌든 정산기일이 60일이면 생각했던 것보다 꽤 긴데요? 티몬·위메프가 77일 정산이라고 해서 유달리 긴게 아닌가 했는데요.
[기자]
10년 전에 법을 만들 때 오프라인 거래상에서 '어음 발행' 평균 기간을 기준으로 하면서 60일이 됐다고 합니다. 사실 지금 온라인 거래의 호흡과는 전혀 맞지 않는데도 제도 개선이 빨리 되지 못한거죠.
참여연대 김주호 민생경제팀장의 말 들어보시죠.
"정산주기 자체를 법으로 짧게 하거나 정산 주기와 관련해서 상시적으로 판매사들과 협의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구축하거나 이런 걸 정부가 강제를 해야 하는데 (자율)규제 중심으로만 대응을 하다보니까 이걸 지키지 않는 기업에 대해선 아무런 제재도 할 수가 없고…."
[앵커]
온라인 플랫폼에 적용할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인데, 기준으로 참고할만한 법조차 1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거군요. 회사 자체의 부실한 운영도 문제였지만 제도 미비도 심각한 걸로 드러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또 어디서 터지지 않을까 걱정이 커요.
[기자]
네 사실 티몬·위메프는 e커머스 회사가 아니라 투자회사였다. 이렇게 표현하는 전문가도 있었는데요. 은행이나 보험·증권사처럼 강한 규제는 받지 않으면서 실제로는 고객이나 판매자에게 줘야할 돈을 가둬두고 그걸로 돈놀이를 하는 이른바 '그림자 금융'이 실제로 굉장히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이번에 같이 문제가 된 상품권이 대표적이고요. 상조회사도 마치 보험처럼 고객에게 돈을 따박따박 받아서 한참 후에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죠. 그동안 회사는 그 자금을 마음대로 운용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겁니다.
[앵커]
관련해서 규제가 전혀 없나요?
[기자]
있긴 있는데 금융회사에 비하면 매우 약하고요, 또 업종마다 해당하는 규제도 다르고 주무부서도 다르고 상당히 혼잡합니다.
예를 들면 티몬·위메프 같은 e커머스도 전자금융업자라고 해서 금융당국의 규제대상입니다. 다만 전자금융업자에 대해서 자본금이나 유동성 같은 경영비율 준수를 어떻게 하고, 고객자금은 어떻게 관리하라는 등 구체적으로 시정을 명할 권한이 없습니다.
이런 허점들을 막으려고 전자금융거래법이 오는 9월 15일자로 개정 시행되긴 하는데, 선불 충전으로 들어온 자금을 제3기관에 완전히 맡기는 신탁만이 아니라 예치도 가능하도록 열어뒀습니다. 예치는 당기말까지만 해당 금액을 맞춰두면 되기 때문에 여전히 자금유용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요.
누구 생일이면 스타벅스 카드 간편하게 선물 많이 하시죠? 스타벅스의 선불충전금 규모가 약 3천억원 정도, 웬만한 지방 저축은행 수준이거든요. 그런데 스타벅스가 전 지점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전자금융업 등록 대상에선 제외됩니다.
또 상조회사도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라고 해서 공정거래위원회 관리 대상입니다. 법상 선수금의 50%를 은행에 예치해야 한다는 규정까진 있는데, 자금운용 방식 등에 대한 규제나 금융회사에 준하는 관리·감독은 전혀 받지 않습니다.
[앵커]
과거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에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하게 된 건데도, 여전히 허점이 있다는 거군요. 이번 티메프 사태 수습 과정에서는 그림자 금융의 그 그림자를 조금이라도 걷어낼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