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으로 번진 미중 갈등…수영 도핑 의혹 '신경전'

중국의 판잔러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결승에서 46초40의 놀라운 기록으로 우승한 뒤,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1년 도쿄 올림픽 당시 중국 수영 선수들의 도핑 무마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2024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이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美 의회 中 감싸는 WADA에 '자금 지원 끊겠다'


미국 의회 마샤 블랙번, 크리스 밴 의원은 세계도핑방지기구(WADA)에 대한 자금 지원을 보류하는 내용의 '2024년 세계 반도핑기구 신뢰 회복법'을 최근 발의했다.

이 법안은 미국 국가약물 통제정책 사무국이 WADA의 독립성을 평가하고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기부를 보류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지난해 WADA에 340만 달러(46억 7천만 원)를 기부했다.

WADA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이는 다분히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WADA는 도핑 무마 의혹이 불거진 중국 수영 선수들을 감싸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호주 신문 헤럴드 선은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중국 수영 경영 선수 23명이 개막 7개월 전에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음에도 대회에 정상적으로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도 같은 내용의 보도를 내보내며 "중국 수영 선수 23명이 트리메타지딘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중국 최고 관리들은 해당 선수들의 도핑 혐의를 '무죄'라고 결론짓고, 올림픽에 내보냈다"고 전했다.

원래 협심증 치료제인 트리메타지딘은 혈류량을 증가시켜 체내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를 지녔지만 부작용도 커 WADA가 금지 약물로 지정했다.

호주와 미국 언론의 보도대로 실제로 중국 대표팀의 체내에서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지만 WADA는 "선수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극소량의 금지 물질을 섭취했다", "오래된 음식을 먹다가 트리메타지딘 성분이 체내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는 중국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미국 의회는 '중국 수영 도핑 관련 청문회'까지 열어 중국과 WADA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는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도 참가해 "WADA는 중국 수영 도핑 문제에 공정한 판단을 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P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200만 달러(약 27억 4천만 원)를 WADA에 기부했다. 미국 의회는 이 때문에 WADA가 중국 선수들을 감싸고 있다고 보고 WADA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고 압박하고 나선 것.

中 "냉전적 사고방식을 올림픽에 끌어들여" 반발

중국의 판잔러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결승에서 46초40의 놀라운 기록으로 우승한 뒤,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측은 자국 선수들에 대한 도핑 무마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앞서, 언론의 의혹 제기에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서방 언론이 제기한 의혹은 허위 정보와 진술에 의한 가짜 뉴스"라고 반발했다.

파리 올림픽 개막 이후에는 중국 수영 선수들을 대상으로 유독 잦은 도핑테스트에 대해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다이빙 스타 출신 가오민은 지난달 29일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를 통해 "하루 7번의 도핑 테스트 루틴이 성공적으로 우리 중국 수영팀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세계수영연맹은 중국 수영 선수들을 대상으로 파리 현지에서만 최소 10번 이상의 도핑테스트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수영 종목 경쟁국인 미국 선수들에 비해 4배가량 많은 수치이다.

이에 중국 관영매체도 나서 미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일자 사설에서 "핵심은 미국이 스포츠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이런 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라는 명목으로 상대를 억압하고 지정학과 냉전적 사고방식을 올림픽에 끌어들이기 위해 이런 짓을 한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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