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가 드러낸 '그림자 금융'…사각지대 수두룩

고객 목돈 받아 굴리지만 규제 밖 '비은행 금융회사'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에도 허점 여전
금융당국 규제 밖 선불업자들도 많아

류영주 기자

e커머스 시장이 주요 상거래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지 20년이 지났지만 기본적인 자금관리 기준조차 불명확했다는 사실이 티몬·위메프 사태로 드러났다.

비금융회사지만 고객이나 납품사에게 줘야 할 돈을 상당기간 보유하면서 사실상의 금융업이 가능한 '그림자 금융' 부문에 대해서도 체계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오는 9월 15일부터 시행되는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개정안에는 전금업자가 선불충전금의 50% 이상을 은행 등 금융회사에 신탁·예치해 별도 관리하도록 하는 '보호' 조항이 신설됐다. 자금을 직접 운용하려면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원금 손실 위험이 없는 안전자산을 위주로만 가능하다.
   
개정법 시행령은 이용자 보호 취지를 고려해 선불충전금 100%를 별도 관리하도록 기준을 강화해둔 상태다.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행정지도로 먼저 관리해온 영역을 법제화한 것이다.
   
법이 시행되면 티몬·위메프같은 e커머스 플랫폼이나 해피머니 등 현금성 상품권을 발행해온 회사 등의 자금관리가 보다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공백은 남아있다.
   
법 개정 과정에서 제3자 기관에 완전히 운용권을 넘기는 신탁이 아닌 예치도 가능하도록 열어뒀기 때문이다. 예치는 당기말까지만 해당 금액을 맞춰두면 되기 때문에 여전히 선불업자가 거래대금을 용도외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을 찾은 피해자가 여행 상품 이름과 금액을 적은 접수증을 들고 있다. 류영주 기자

또 선불충전금 발행잔액이 30억원 이상이거나 연간 총 발행액이 500억원을 넘는 경우로만 감독대상을 제한하고, 선불충전금이 가맹점 한 곳에서만 사용되는 경우에는 등록 의무를 면제한 부분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용자 수는 많지만 금액 규모가 비교적 작은 게임머니, 식당·카페 멤버십·포인트 발행 회사 등은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영세사업자의 규제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지만, 해당 업체들에서 이른바 '먹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규율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스타벅스의 경우 선불충전금 규모가 3천억원 수준으로 중소형 저축은행과 맞먹는 수준이지만, 가맹점이 아닌 직영 형태여서 선불업 등록 대상에서 벗어나는 불합리한 예외도 지적되고 있다. 다만 스타벅스의 경우 선불충전금을 지급보증보험으로 관리 중인 상황이다.
   
그나마 전자금융업 감독 대상이라면 금융당국의 규제 아래 있지만, 일반 금융회사만큼 상당한 자금을 운용하는 상조회사나 여행사(적립식 여행상품)의 경우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로 공정거래위원회 관리 대상이다. 

목돈 결제를 유도해 꾸준히 소비자 민원이 제기되는 헬스장 등 운동시설과 피부·헤어·네일 등 미용관리업소들도 마찬가지다.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도 법상 선수금의 50%를 은행에 예치해야 하지만 자금운용 방식 등에 대한 규제나 금융회사에 준하는 관리·감독은 받지 않는다. 티몬·위메프와 비슷한 사태가 터질 경우 감독 공백이 또 지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출신의 한 변호사는 "'비은행 금융회사'의 범주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며 "가상자산을 이용한 거래까지 활용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표면상 업종이 아니라 실제 영업·자금운용 행태를 기준으로 체계적인 규율을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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