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천정부지로 올라갔던 파리의 숙박비가 대회 개막을 기점으로 점점 떨어지고 있다. 특히 서블렛(sublet)이나 에어비앤비의 경우 등락 차이가 심하다. 서블렛은 휴가·방학 기간 동안 세를 놓는 단기임대다.
호텔 역시 '고무줄 가격'이긴 매한가지다. 올림픽이 시작됐지만 예상보다 많은 관광객이 몰리지 않았고, 파리 시내 숙박 업소들의 살인적인 가격에 관광객들이 대부분 외곽에 있는 호텔로 향한 영향도 있어 보인다.
"본전만 찾자"는 파리지앵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A회사 직원들의 왓츠앱(whatsapp) 단체 대화방엔 서블렛 임차인을 구하는 글들이 아직도 올라온다. 휴가철과 올림픽 기간이 겹친 탓에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회사가 이전보다 많아져 현지인은 물론 외국인도 겸사겸사 휴가를 떠나려는 경우가 많아서다.파리에서 근무하는 김호준씨는 "서블렛 가격이 1년 전보다 반값 아래로 떨어졌다"라며 "웃돈을 받기는커녕 지금은 내가 내는 월세 본전이라도 찾는 게 목표라고 얘기하는 현지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몽마르트에 위치한 한 아파트는 1박에 40유로까지 떨어졌다. 부촌이나 시내 중심가는 아니지만 사크레쾨르 성당이 있는 유명 관광 구역이다. 현지에서는 신혼부부들이 시작하는 동네로 통한다. 몽마르트 아파트보다 좁지만 에펠탑이 보이는 원룸을 50유로에 묵을 수도 있는 실정이다.
에어비앤비도 비슷한 상황이다. 가격은 위치와 숙소 조건에 따라 편차가 크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예약 가능한 숙소를 검색하면 기존보다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다는 경우가 많다.
한국 학생 중에는 자신의 기숙사를 호스텔보다 싸게 내놓는 경우도 더러 있다. 김지현(26)씨는 "호텔 가격이 너무 비싸 호스텔을 찾았는데 호스텔 치고 너무 비싼 데다 시설도 좋지 않다"며 "올림픽 경기를 보다 알게 된 한인 학생이 자신의 1인실 기숙사를 1박에 3만5천원에 빌려주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J형'은 피 보는 파리 숙박…'메뚜기족' 된 관광객들
호텔에 묵는 관광객들은 더 분통 터지는 경우가 많다. 사전에 계획을 꼼꼼히 세우는 성격유형검사(MBTI)의 소위 'J형' 관광객들은 일찌감치 호텔을 예약했다가 후회하기도 한다.대회 개막 이후 가장 흔한 3성급 비지니스 호텔들은 하루, 이틀 전에 예약하면 때에 따라 100유로대에 예약할 수 있다. 다만 고정 가격이 아닌 만큼 언제 검색하느냐에 따라 또 달라지는 '고무줄 가격'이다.
일부 관광객들은 '고무줄 가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일단 환불 가능한 상품을 예약한 뒤 그 기간에 가격이 더 내려가면 예약을 취소하고 더 싼 상품을 예약하는 식이다. 사나흘 단위로 쪼개서 예약하는 경우도 있다.
올림픽 개막 1년 전에 숙박 예약을 마쳤다는 조현범(49)씨는 "지금 생각해보니 3성급 호텔을 50만원에 예약한 게 말이 되나 싶다"며 "수수료를 물고 취소한 다음에 조건이 더 좋은 호텔로 옮겨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