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만 더 이기면 한국 여자 복싱 역사를 새로 쓴다.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종목 여자 54kg급에 나선 임애지(25·화순군청)가 한국 복싱에 8년 만의 승리를 선사했다. 이제 1승만 더하면 12년 만의 한국 복싱 올림픽 메달이자 여자 선수 최초 올림픽 메달의 주인공이 된다.
임애지는 31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복싱 여자 54㎏급 16강전에서 브라질의 타티아나 레지나 지 헤수스 샤가스와 맞붙었다. 임애지는 경기 내내 아웃 복싱 스타일을 구사했고, 이는 완벽하게 먹혔다.
빠른 스텝으로 거리를 유지하며 접근을 막았다. 임애지는 상대가 방심하면 유효타를 쳐 포인트를 따내는 전술로 경기에 임했다.
결과는 4 대 1(30-27 30-27 30-27 30-27 27-30) 판정승. 심판 1명만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모두 상대 선수가 우세했다고 판정했고, 나머지 4명은 모두 임애지의 승리를 선언했다. 임애지는 결과가 나오자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기쁜 마음을 맘껏 드러냈다.
한국 복싱 선수가 올림픽 무대에서 승전고를 울린 건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함상명이 마지막이다. 여자 복싱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12 런던 대회 이후로는 첫 승리다.
역사를 쓴 임애지는 내친김에 메달에도 도전한다. 임애지가 8강전에서 승리하면 한국 복싱은 12년 만에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다. 복싱 종목은 준결승전에만 진출해도 동메달을 확보한다. 지난 2012년 런던 대회 남자 라이트급 한순철의 은메달 이후 첫 메달이다.
경기 후 임애지는 "제가 잘하는 걸 하려고 노력했다"며 "상대 선수와 간격을 유지하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준비한 게) 조금 안 됐던 것 같아서 아쉽다. 이제부터 훈련해서 보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임애지에게는 대회 시작 전부터 운도 따랐다. 대진 추첨 결과 32강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것. 이에 대해서는 "운 좋게 32강을 통과해서 연구할 시간이 더 있었다"고 털어놨다.
8강에서 임애지는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콜롬비아)를 상대한다. 이 경기는 오는 8월 2일 오전 4시 4분에 열린다.
한국 복싱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까. 임애지는 "올림픽은 올림픽이다. 누구를 만나도 쉽지 않다"며 "이제 이틀 정도 남았으니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