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31일 마감되지만 이른바 '빅5' 병원조차 전공의 모집에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마지막까지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호소하면서도 추가적인 전공의 대책은 없다고 밝혀 의료공백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이날 마감되지만, '빅5' 병원(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조차 전공의 지원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빅5' 병원 관계자들은 모두 하반기 전공의 지원자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전공의 수련 관련 사항을 결정하는 보건복지부 심의기구인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7645명으로 정했다. 병원별로 세 자릿수 규모의 채용 공고를 냈다.
한 '빅5' 병원 관계자 A씨는 "마감하기 전까지 더 지켜봐야겠지만 30일까지 지원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마감 전까지도) 다른 병원들도 지원자가 많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 B씨는 "아직까지 지원자가 없다"며 "우선 마감될 때까지 더 지켜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일부 의과대학 교수들이 '수련 보이콧'을 선언한 만큼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B씨는 "일부 교수들이 '수련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한 상황에서 지원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율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정부는 의료현장과 수련 과정을 조속히 정상화하기 위해 수련 특례를 적용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지원 인원은 많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8일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전공의에 대해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철회하고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시하면 수련 특례까지 적용하겠다며 전공의 복귀를 호소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의료현장을 이탈하지 않은 전공의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고개를 숙이기까지 했다.
특히 정부는 복귀 전공의가 극소수일 것을 감안해 하반기 수련 모집 시 '지역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지역 대학병원에서 수련하던 전공의가 이번에 사직하고 현장에 복귀할 경우 '빅5' 대형병원 임용에도 응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수련병원에서 한 명이라도 더 고용해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계적 법 집행'을 강조했던 의정갈등 초기 강경 대응 입장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달 4일까지만 해도 복귀 전공의에 한해서 행정처분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양보를 거듭했음에도 전공의가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자, 정부는 전공의 모집과 관련해 추가 대책 마련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 정책관은 전날 "(하반기 전공의) 지원 규모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추후에 (전공의 모집과 관련한) 추가적인 대책은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면서 더 이상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겠다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전공의 의존도를 줄이고 전문의 중심으로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 비중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미래의 전문의'인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한 상황이어서 정부의 이같은 의료개혁 청사진은 말잔치에 그칠 공산이 높다.
'빅5' 병원 관계자 C씨는 "(전공의 모집) 지원자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원래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 이대로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병원 운영을) 해야 할지 답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구조 전환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수가 인상으로 전문의 인건비 등 비용을 충당하기가 어려워 보인다"며 "당장 뽑아야 하는 전문의는 어디서 뽑아야 하나. 예전부터 상급종합병원에는 (중증 진료 등) 전문적인 역할을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하은진 신경외과 교수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상급종합병원 진료 규모의 33%를 차지하는 경증(환자들)을 1·2차 병원으로 다 보냈을 때 감소하는 수익을 상급병원에서 감당할 수 있는지도 봐야 한다"며 "중증진료 수가 개선만으론 다 보전이 안 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