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고개 숙였지만 횡설수설…"6개월만 달라, 알리·테무 탓"

머리 내리고, 안경 쓴 모습으로 등장…연신 고개 숙였지만
"도망가려고 한 적 한번도 없다", "동원할 수 있는 자금 800억원"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현안질의'에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왼쪽)가 출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구영배 큐텐 대표가 정산 지연 사태 발생 이후 22일만에 대중 앞에 섰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현안 질의에서 구 대표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금 조달 계획과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사태 수습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예상치 못한 등장…연신 고개 숙였지만

대규모 환불 대란에도 공식적인 입장표명 등을 전혀 하지 않아 그의 행방을 두고도 여러 추측이 나왔기 때문에 구 대표의 국회 출석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국회 관계자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나오지 않을 가능성'을 더 높게 뒀던 분위기였기 때문에 회의장에 있던 의원이나 보좌진, 취재진도 적잖이 놀랐다.
 
이날 2시 류화현 티몬 대표, 류광진 위메프 대표와 함께 구 대표가 회의 시작 시간에 맞춰 회의장에 입장하자마자 취재진들의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취재진의 쏟아진 플래시 소리에 대답이 잘 들리지 않자, 윤한홍 위원장이 취재진에 밖으로 나가달라고 요청하면서 초반 회의가 순조롭지 않은 모습도 보였다.
 
지금까지 알려졌던 모습과 달리 안경을 착용하고 앞머리를 내린 모습으로 회의에 참석한 구 대표는 동원 가능한 금액이 얼마인지를 묻는 첫 질의자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의 질의에 잠시 눈을 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구 대표는 "저도 그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얘기 하고 싶다"면서도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원이다. 이 부분을 다 투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 의원이 개인 사재를 얼마나 지급할 수 있는 지를 묻는 질문에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회사에 투입했다"며 "회사 지분 가치가 잘 나갔을 때는 5천억원까지 밸류(가치)를 받았지만, 이 사태 일어나고는 지분 담보를…" 이라면서 말 끝을 흐렸다. 답을 할 때마다 고개를 숙이며 말끝을 흐리거나, 했던 말을 반복하며 횡설수설 하기도 했다.
 
구 대표는 수습대책을 묻는 질문에 기침을 한번 한 뒤 "먼저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으신 고객, 판매자 파트너사,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라며 "열심히 노력해주시는 정부, 관계자 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하고,,," 라고 했다.
 
신 의원이 구 대표의 자세를 지적하며 "사과를 할 때는 고개를 숙여 진지하게 해야 한다. 일어서서 하는게 좋겠다"고 하자, 구 대표는 일어나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했지만…미정산금 행방은?


미정산 금액이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인수하면서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해 "현금으로 들어간 돈은 4천500만(달러)이었고 그 돈에 대해 일시적으로 티몬과 위메프 자금까지 동원했다"며 지난 2월 인수한 북미·유럽 기반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을 인수 대금에 티몬과 위메프 자금을 쓴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는 한 달 내에 바로 상환했다"면서 이는 정산 지연 사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제가 피해 사례를 받았는데 하루 만에 475건이 접수됐다"며 "이 분들의 심정은 어떻겠냐"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이 분들이 '구영배 구속영장'을 보냈다.도망간다고. 수갑도 보내왔다"며 서류봉투 안에서 수갑을 꺼내들었다.
 
구 대표는 이에 "도망가려고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감독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금감원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게 일었다. 왜 이사태가 일어날 때까지 방치하고 있었냐는 것이다.

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이번 사태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더불어 윤석열 정부 무능과 무책임, 무대책이 만들어낸 비극"이라며 "2022년도에 체결한 경영개선협약을 보면 미정산 잔액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하게 돼 있는데 금감원은 왜 안 했나"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정문 의원은 "티몬은 유동성 비율이 18.2%, 위메프는 18.9%에 불과하다"며 "50%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에서 유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정산 잔액과 관련한 보호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고 경영계획을 지키지 않으면 전자금융업 등록 말소를 유도할 수도 있었을 텐데 금감원에서 충분하게 사전 체크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심각한 사태가 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6개월만 기회 주면 죽기살기로 노력할 것"

30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잠시 정회 때 회의실을 나가면서 취재진 앞에 선 구 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며 "다양한 형태의 법적 처벌을 받겠으니 기회를 달라"고 밝혔다.

또 "조만간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며 "지금 어차피 도망갈 수도 없다. 6개월만 기회를 주시면 죽기살기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유치 가능성에 대해서 그는 "상황이 너무 유동적이어서 지금 모든 것이 지금 제가 기대하는 것 예상하는 것에 많이 무너지고 있는데, 그럼에도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알리 테무 등 중국 기업들의 국내 진출로 시장이 과열화 된 점도 토로했다. 그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이 진출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심화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판매자와 프로모션 비용을 분담하지 않고 모두 우리가 떠안는 구조로 운영하면서 결손 누적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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