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KB국민은행)은 14살 때 사격에 재미를 느껴 총을 잡았다.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오른손에 떨림 증세가 생겼다. 뚜렷한 진단명은 나오지 않았다. 이제 막 시작한 사격 인생에 큰 고비가 찾아왔다.
손이 떨리면 사격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원호는 사격을 좋아했다. 포기하지 않고 왼손잡이로 전향했다. 언제 어디서든 일상 생활에서 왼손을 썼다. 주로 쓰는 팔을 바꿔서 다시 경쟁력을 키운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젓가락질이나 글씨 쓰기만 해도 어렵다.
이원호는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 은메달을 땄다. '오른손잡이 왼팔 사수'로서 자신감이 더욱 커진 이원호의 다음 목표는 2024 파리 올림픽이었다.
아깝게 메달이라는 개인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다. 이원호는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대회 사격 10m 공기권총 남자 개인전 결선에서 4위를 차지했다.
30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여자 공기권총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오예진(IBK기업은행)과 짝을 이뤄 혼성 동메달 결정전에 나섰다. 이번에도 아까웠다. 이원호-오예진은 최근 사격 강국으로 떠오른 인도의 마누 바커-사랍조트 싱에 10-16으로 져 4위에 머물렀다.
주로 쓰는 팔을 바꿔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선수는 거의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큰 고비를 넘기고 끊임없이 노력해 올림픽 무대를 밟은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만 하다. 파리 대회는 메달 없이 마쳤지만 이원호의 꿈은 더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