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무대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세기의 대결을 펼쳐 승리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는 패자를 예우했다.
조코비치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단식 2회전에서 나달을 2-0(6-1 6-4)으로 눌렀다.
조코비치는 첫 세트를 압도했고 2세트에서도 4-0으로 앞서나갔다. 팬들은 나달을 응원했다. 스타드 롤랑가로스의 왕, '흙신' 나달을 향한 응원 소리는 점점 커졌다. 나달은 승부를 4-4까지 끌고가며 반격했다. 그러나 최근 부상으로 떨어진 경기력을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올림픽 대진표를 본 순간 기분이 안 좋았다. 나달을 2회전에서 만나야 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나달 같은 선수를 일찍 만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예전 투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나달을 상대한다는 건 나에게 엄청난 도전이다. 특히 나달이 오랜 기간 압도했던 코트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 몇 년 동안 부상에 시달렸기 때문인지 나달의 움직임은 예전같지 않았다. 그래도 공이 왔을 때는 정말 잘 치더라"고 말했다.
조코비치는 객관적인 현 실력에서 우위에 있었음에도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달을 힘들게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2세트 4-0까지는 완벽에 가까운 경기였다. 이후 경기는 좋지 않았다. 나달이 분전했고 관중들도 그를 응원했다. 누가 이길지 모르는 흐름이었다. 그 상황을 극복하고 승리해 기뻤다. 나달을 상대한다는 건 늘 엄청난 도전이다"라고 말했다.
나달은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2세트 0-4까지는 조코비치가 경기를 잘 풀어갔다. 이후 상황이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그가 나보다 더 나았다. 조코비치의 승리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최근 2년 간 부상과 부진으로 경기력이 떨어진 나달은 "조코비치가 부담을 느낄 만큼 높은 레벨의 경기를 하지 못해 실망스러웠다. 두 다리가 20년 전처럼 움직이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조코비치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아쉬워 했다.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에서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노린다. 최고 성적은 2008 베이징 대회에서의 동메달이다. 나달의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해 프랑스 오픈, 윔블던 정상에 오른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짝을 이룬 남자 복식에서 16강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