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애매한 판정으로 허무하게 금메달을 놓친 허미미(21·경북체육회). 유도 종주국인 일본의 매체들도 이를 주목하며 유도 종목의 판정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허미미는 29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에서 세계 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와 연장 접전 끝에 졌다. 2명 모두 지도 2개를 받은 가운데 허미미가 다시 지도를 받아 그대로 승패가 갈렸다. 지도 3개를 받으면 반칙패가 선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정이 석연치 않았다. 연장에서 허미미가 먼저 오른쪽 어깨를 집어넣어 메치기를 시도했지만 들어가지 않자 곧바로 일어나 반대쪽 메치기에 나섰다. 데구치는 뒤쪽으로 움직여 허미미의 공격을 피했다.
이때 심판이 허미미에게 지도를 선언했다. 허미미의 '위장 공격'이라는 판정이었다. 실제 의도가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거짓으로 공격했다는 것이다. 통상 불리한 상황에 놓인 선수가 '방어를 위한 공격'을 했을 때 위장 공격 지도를 받는다. 허미미는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일본계 데구치조차 황당한 표정을 지었을 정도다. 반칙승으로 금메달이 확정된 데구치는 기쁨의 웃음 없이 잠시 허공을 바라본 뒤 매트에서 내려왔다. 기자 회견에서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지도에 대해 할 말은 없다"면서도 "더 나은 유도를 위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판정을 꼬집었다.
일본 매체들도 이번 올림픽에서 나온 유도 판정 논란을 짚었다. 허미미는 물론 일본 선수들이 출전한 다른 경기에서도 판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다.
히가시스포웹은 30일 "나가노현 출신 데구치와 도쿄도 출신 허미미 연장 격전이 반칙승으로 결정됐다"면서 "한국에서는 '오심 소동'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대회 유도에서는 일본 선수에게도 불리한 판정이 잇따르면서 오심 소동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큰 소동이 벌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더 다이제스트는 "유도 남자 73kg급 일본 하시모토 소이치도 29일 8강전에서 연장에서 지도 3개를 받고 반칙패를 당했다"면서 "일본 팬들도 '분명 하시모토가 공격했는데 이상하다' '유도가 이런 경기였나?' '상대 선수는 예의도 없고 반칙패가 목적이며 유도 정신은 어디로 갔나?' '그런 규칙인 건 알지만 뭔가 찝찝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론스포츠도 "잇단 판정 문제로 국제유도연맹에서 탈퇴해 새로운 국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허미미는 의연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경기 후 허미미는 "위장 공격일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경기의 일부니까 어쩔 수 없다"면서 "다음에는 그런 것을 잘 생각하고 유도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