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첫 경기에서 신유빈을 상대한 호주의 멜리사 태퍼에게는 독특한 경력이 있다. 2016 리우 대회, 2020 도쿄 대회에서 올림픽과 패럴림픽 무대를 모두 밟은 선수다.
태퍼는 출생 도중 어깨와 목 사이의 신경이 찢어져 오른팔을 잘 쓰지 못한다. 신유빈을 만난 29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64강전에서도 오른팔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섰다. 경기할 때 탁구채는 왼손으로 잡는다.
태퍼는 한계를 뛰어넘어 3회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상대는 강했다. 신유빈은 이날 경기에서 태퍼를 4-0(14-12 11-4 11-3 11-6)으로 눌렀다. 하지만 태퍼에게는 승패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도전 자체에 큰 의미가 있는 듯 했다.
태퍼는 경기 후 마이인포를 통해 "큰 무대에서 신유빈처럼 기량이 좋은 선수를 만나 승부를 즐겼다. 신유빈은 세계 랭킹 8위, 나는 250위다. 그녀와 점수 경쟁을 했다는 점에서 나 자신에게 놀랐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1세트 초반에 0-5로 끌려갔다. 이후 페이스를 되찾았고 일방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였다.
태퍼는 "낯선 선수를 상대할 때는 아무리 좋은 선수라 해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상대는 점점 더 편안해지는 것 같았고 본 실력이 나오는 것 같았다. 차분함을 유지하면서 점수를 따기 위해 노력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태퍼는 첫 경기를 앞두고 "내가 이런 무대에서 그녀를 따라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긴장했다고 한다. 이어 이번 경기를 통해 "패럴림픽 무대에 설 때 자신감을 더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며 패럴림픽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