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회생에 커진 '리스크 전이' 우려…당국 "괜찮다" 일관

당국, 티몬·위메프 사태 커지자 금융권에 협조 압박
미정산 최대 1조원에 회생신청까지…리스크 전이 우려
판매사 쇼크 커지는데 "회생후 상황 변화 없다" 일관

티몬 본사의 모습. 류영주 기자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는 모회사 큐텐의 경영실패에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그 실패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도록 방치한 정부당국도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국은 우선 금융회사들을 앞세워 수습에 나섰지만, 티몬·위메프의 기업회생신청으로 미정산 규모 확대와 장기화가 예고되면서 리스크 전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PG사 대기업 계열사라 괜찮다?"…안일한 처방 논란


30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일 티몬·위메프의 정산지연 사태에 대해 현장점검에 나선 이후로 연일 금융권을 차례로 소집해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대응 첫날부터 8개 카드사 임원을 소집한 데 이어 26일엔 10개 결제대행업체(이하 PG사) 임원과 15개 국내은행 부행장들을, 29일에는 정책금융기관들과 각 금융협회 등 전 금융권을 불러모았다.
   
은행에 대해선 티몬·위메프와 거래한 판매사들에 대한 대출기한 연장과 상환유예를, 카드사와 PG사에는 원활한 결제취소(환불) 진행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정산 지연이 발생한 후 결제거래를 중단했던 PG사들에 대해서는 전날도 재차 간담회를 진행하고 "결제취소 거부는 여신전문업법상 위법"이라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향후 결제취소가 이뤄지면 티몬·위메프에서 물품 등을 구매한 소비자는 환불을 받을 수 있고, 판매사들도 일시적으로나마 자금 유동성 위기를 피할 수 있다. 그 사이 티몬·위메프가 정산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부담은 금융회사들이 대신 지게 된다.
   
당장 PG사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PG협회는 "무조건적인 환불·취소를 진행하면 PG사마저 지급불능 상황에 빠진다"며 "이는 PG사의 다른 가맹점 정산 지연 사태까지 야기해 e커머스 상거래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금융지원센터에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 피해자들을 위한 위메프·티몬 전담 창구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다른 가맹점으로의 리스크 전이 가능성 등은 아직 파악 중"이라면서도 "카드사 쪽에선 일일 결제규모 대비 티몬·위메프의 비중은 작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또 PG사들이 사실상 예정된 손실(미정산 장기화)을 떠안기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부분 PG사들이 대기업 계열사"라며 자본규모가 커 이번 피해액 부담으로 유동성 위기까지 겪을 수준이 아니라는 취지로 답했다. 일부 소규모 PG사의 경우 티몬·위메프와 거래규모가 작아 부담도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응을 두고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소비자 고통분담에 나서고 거래처들의 빠른 안정화를 위해 기여하는 건 자발적 판단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자금여력이 크니 괜찮지 않냐는 답변은 시장논리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미정산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아 피해금액 규모가 점차 불어나게 되면 미뤄둔 부실이 금융권으로 옮겨 붙을 우려도 제기된다. 전날 정부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에서 추산한 판매자 미정산 금액은 2100억원 수준이지만 지난 5월까지 정산되지 않은 금액에 불과하다.
   
6월과 7월 판매 대금도 지급되지 못하고 모회사 큐텐 산하의 다른 이커머스 계열사들까지 비슷한 상황에 놓일 경우 미정산 액수는 1조원대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티몬·위메프는 전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정상적인 판매대금 상환이 불가함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회사 측의 판매대금 미정산으로 이미 피해가 현실화된 만큼 회생신청으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자금융사업자 관리 공백 어디서부터 왔나…책임추궁 예고


회생신청으로 사실상 미정산 사태가 장기 국면에 들어가면서 30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는 향후 리스크 전이 가능성과 그간 금융당국의 전자금융사업자 업태 방치 등을 두고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티몬·위메프를 비롯한 대부분의 e커머스 플랫폼이 전자금융사업자로 등록돼 금융당국의 관할 아래 있지만, 감독 수준은 기존 금융회사들과 비교하면 현저히 허술한 상황이다. 

특히 대형 지급불능 사태의 원인이 된 고무줄식 정산 주기나 정산대금 관리에 관해서는 제대로 된 규율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은행권은 2개월이 넘는 정산주기에 맞춰 판매사들에게 일반 신용대출에 준하는 6%대 선정산대출을 제공해오기도 했다. 금감원이 한창 성장하는 e커머스 업계를 규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은행권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대출 상품 등에 대해서는 감독할 여지가 있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당국 출신의 한 법률 전문가는 "이번 사태 직후 금융당국이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 도입을 들고 나왔다"며 "수년간 자본잠식 상태였던 티몬·위메프에 대해 법상 영업정지 등을 강제할 권한이 없었다는 해명을 받아들이더라도 피해를 줄일 울타리조차 미리 검토하지 않은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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