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은 강하다. 국제 대회에서 입상하는 것보다 국내 선발전에서 국가대표가 되는 게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특정 종목의 강자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큰 무대의 단골손님이 된다. 양궁은 다르다. 특히 여자 양궁은 다르다. 워낙 경쟁이 치열해 주요 국제대회 때마다 새 얼굴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2024 파리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된 임시현(한국체대)은 잘 알려진 선수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르며 대한체육회가 선정한 대회 MVP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전훈영(인천시청)과 남수현(순천시청)의 이름은 스포츠 팬들에게 다소 낯설다.
전훈영은 30세로 대표팀의 맏언니다. 남수현과 더불어 국제 대회 경험이 많지 않다. 여자 양궁은 올해 월드컵 1,2차 대회에서 연이어 중국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대표팀에 대한 우려가 적잖았다. 전훈영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전훈영은 씩씩했고 당당했다.
전훈영은 "저라도 그런 우려를 할 것 같구요. 진짜 못 보던 선수이기 때문에"라고 말하며 웃었다. "근데 짧지 않은 선발전, 평가전을 다 제가 뚫고 들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어떻게 해요. 뽑혔는데"라고 당차게 말하며 더 환하게 웃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뚫고 올라왔다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넘쳤다. 전훈영은 "걱정과 우려가 있을 수는 있지만 공정하게 선발됐고 저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생각만 했습니다"고 말했다.
전훈영의 자신감은 여자 양궁의 새 역사로 이어졌다.
여자 양궁 대표팀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슛오프 끝에 5-4로 따돌리고 대망의 올림픽 10연패를 달성했다.
전훈영의 마지막 한 발은 결정적이었다. 전훈영은 슛오프 첫 주자로 나서 화살을 10점 과녁에 꽂았다. 화살 3발로 승부를 결정하는 슛오프에서 첫 주자의 결과는 굉장히 중요하다.
처음에는 9점으로 판정됐지만 사후 판독을 통해 10점으로 정정됐다. 전훈영은 "보면 (화살이) 선에 걸친 게 보이거든요. 뒤에서 감독님이 10점이라고 얘기를 해주셔서 됐다, 이렇게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제 전훈영은 개인전을 바라본다. 큰 목표를 이뤘기 때문에 부담없이 마음껏 승부를 펼치겠다는 각오다. 전훈영은 "단체 10연패를 가장 큰 목표로 생각하고 왔기 때문에 그 목표를 이뤄서 개인전에는 조금 더 마음 편하게 경기에 임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