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여자 양궁 단체전의 금메달을 예상했고 기대했다. 지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랬다. 태극 궁사들은 세계 최강의 실력을 갖췄음에도 늘 엄청난 부담감을 이겨내야만 했다. 태극 궁사들은 단 한 번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임시현(한국체대), 남수현(순천시청), 전훈영(인천시청)으로 이뤄진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이 10회 연속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여자 양궁 대표팀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과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5-4로 승리했다.
한국은 먼저 두 세트를 따냈으나 이후 흔들리면서 중국에 3,4세트를 내주고 동점을 허용했다. 각 선수가 한발씩 쏴서 총점으로 승부를 가르는 살얼음판 승부가 이어졌다.
한국 양궁의 '올림픽 DNA'가 이때부터 힘을 냈다. 전훈영이 9점으로 출발했고 중국은 첫 발이 8점에 그쳤다. 이어 남수현도 9점을 쐈다. 중국이 10점으로 반격했다. 임시현의 마지막 발은 9점. 중국 역시 최종 9점에 머물면서 양팀은 27-27 동점을 이뤘다.
위기였다. 동점이 될 경우 중앙 과녁에 가깝게 화살을 꽂은 팀이 이긴다. 중국의 두 번째 10점은 정중앙에 꽂혔다. 그런데 최종 판정이 남아있었다. 전훈영과 임시현 쏜 9점이 판독 결과 10점으로 정정되면서 한국이 극적으로 승리를 확정했다.
이날 양궁장에는 수많은 한국 관중이 찾아와 태극 궁사들은 응원했다. 마치 한국에서 경기가 열리는 듯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응원을 받은 선수들은 고비 때마다 힘을 발휘해 결승에 도착했다. 결승에서는 압도적인 세계 최강의 힘을 뽐냈다.
여자 단체전은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활의 민족'으로 불렸을 정도로 활을 만들고 쏘는데 능했던 한민족의 DNA는 그대로 태극 궁사들에게 전달됐다.
여자 양궁은 1998년 서울 대회부터 1992년 바르셀로나,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2021년 도쿄(코로나19로 인해 1년 개최 연기)에 이어 2024년 파리 대회까지 단 한 번도 단체전 세계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여자 양궁 단체전을 통해 수많은 올림픽 영웅들이 배출됐다. 서울과 바르셀로나 그리고 시드니 대회까지 단체전 금메달만 3개를 획득한 김수녕이 대표적이다. 윤미진, 박성현, 기보배 등도 국제 대회 입상보다 힘들다는 국내 선발전을 통과해 2회 연속 올림픽 단체전 우승의 감격을 누렸던 선수들이다.
임시현, 전훈영, 남수현은 부담감을 이겨내고 위대한 선배들에 이룩한 여자 양궁의 올림픽 계보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