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어느새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민주당에서는 대선후보와 러닝메이트가 확정되지 않았다. 1주일 전까지만 해도 당연시됐던 전·현직 대통령간 '리턴매치'란 말은 이미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지난 한달동안 이보다 더 드라마틱할 수 있을까
최근 한달동안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일들이 벌어졌고, 이에 따른 돌발 변수가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해 생긴 '불확실성'의 결과물인 셈이다.
지난 6월 27일 대선후보 첫TV토론에서 베일에 꽁꽁 가려놓았던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리스크'가 만천하에 노출됐고, 이후 한달을 버티지 못하고 현직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지난 13일에는 야당 대선후보가 유세도중 총격을 당하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암살 미수 사건'으로 대선 결과 전복 시도 등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히려 중도층으로부터 '동정 여론'을 받고 있다.
피격 사건 이후 곧바로 이어진 공화당 전당대회(7월 15~18일)에서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며 '낙승'을 꿈꿨을 지도 모른다.
'트럼프 피격'에 맞서 민주당이 꺼낸 '후보 교체'
하지만 이도 잠시였다. 지난 21일 바이든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한 것이다.
평소 존재감이 떨어진다던 평을 받았던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주일동안 민주당 전당대회 대의원은 물론 당의 지도부·원로들에게도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사실상 대선후보의 자리를 꿰찼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해리스의 지지율은 급상승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바짝 추격하더니 이제는 오차범위 내 승부로 돌려놓았다.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계제로 형국이 된 것이다.
지난 2월 공화당 대선 경선이 한창일 때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바이든·트럼프 전·현직 대통령에 대해 "둘 다 인지력 검사를 받게 해야한다"며 '세대 교체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이 80세가 넘은 바이든을 대선후보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어느 당이든 세대 교체를 하는 곳에서 차기 대통령이 나온다"고 예언을 하기도 했다.
물론 자당의 강력한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경선에서 꺾기 위해 한 소리였지만, 어찌됐든 누구도 예상못했던 민주당의 후보 교체는 맞춘 격이 됐다.
트럼프의 '사법리스크'…미 연방대법원이 날려버린 셈
선거판을 흔든 건 비단 이뿐만이 아니었다.
불과 두달 전 뉴욕맨해튼형사법원 배심원단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른바 '성추문 입막음 의혹' 재판에서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리면서 전문가들은 이를 이번 대선의 주요 변수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로부터 한달 뒤 미 연방대법원은 "전직 대통령도 재임중의 공식적 행위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면책 특권이 있다"고 판결하면서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공중분해됐다.
있던 변수는 사라지고 상상도 못했던 돌발상황이 연출되는 예측 불가의 대선판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백인남성-백인남성' 조합에 맞설 민주당 러닝메이트는?
현재 가시적으로 보이는 변수는 민주당의 러닝메이트가 누가 되느냐와 무소속 후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후보의 사퇴 여부 등이다.
이미 공화당은 전당대회 첫날인 지난 15일 39세의 젊은 백인 남성인 J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당시 민주당이 '바이든-해리스' 조합이었던 만큼 러닝메이트로 유색인종을 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트럼프 피격'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승리를 자신한 듯 '리틀 트럼프'로 불리는 밴스를 주저없이 선택했다.
이같은 공화당의 '백인남성-백인남성' 조합에 맞서 해리스 부통령이 꺼내들 러닝메이트 카드는 정치적 균형과 대선 전략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해리스 부통령이 흑인·아시아계 여성인 점을 감안할 때 백인 남성이 유리할 것으로 보이고, 대승 승패를 가늠하는 경합지 또는 공화당이 공세를 펴는 국경문제에 경쟁력이 있는 인물이 우선 고려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 부통령까지 확정돼야 미국 대선판은 말 그대로 명확한 구도가 짜여지고 쟁점 이슈가 명확해지면서 그나마 예측가능한 시나리오안으로 들어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소속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대선 완주할까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후보로 나선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대선을 완주하느냐도 관심사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여론조사에서 다자대결시 케네디 후보는 4%의 지지를 받는 걸로 나왔다. 이번 대선이 박빙 승부가 될 경우, 케네디의 표가 승부의 균형추를 옮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근 케네디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러브콜을 받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대선 완주의 뜻을 거듭 피력하고 있다.
◇ 양당 후보간 TV토론, '쩐의 전쟁' 선거 광고도 '볼 거리'
이밖에 대선후보간 TV토론, 부통령후보간 TV토론도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붙잡을 것으로 보인다. TV토론 참패가 후보직 사퇴를 촉발한 전례도 있는만큼 또다시 희생양이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가급적 현장 유세 대신 실내 유세를 택하라'는 미 당국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됐던 펜실베이니아주를 다시 찾겠다고 공언하는 등 양 후보의 대중 유세 현장에서의 기세 싸움도 관전 포인트다.
본격적인 물량 공세로 '쩐의 전쟁'이라 불리는 미디어 선거전에서 누가 승기를 잡느냐도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으로 얼마남지 않은 미 대선이지만 현재로선 누가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은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
지난 대선인 2020년 7~8월에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후보에 비교적 큰 격차로 앞서가는 여론조사결과를 받았지만, 정작 11월 본선에는 박빙 승리를 거뒀다.
특히 불과 2주 전에 야당 대선 후보가 암살당할 뻔 했고, 1주 전에 현직 대통령이 대선후보직을 사퇴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선거판이 됐기 때문이다.
남은 기간 세상을 놀라게 할 변수는 더 이상 없을 것이란 추측도 현재로선 사치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