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나무 베어 탄소 중립 해결한다?[노컷체크] ②숲가꾸기가 우리 숲에 도움된다?[노컷체크] ③한국 '산림 바이오매스' 원목 태운다?[노컷체크] ④종이 빨대가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이다?[노컷체크] ⑤나무 태우는 산림바이오매스, IPCC 인정한 탄소중립 에너지원이다?[노컷체크] ⑥건물에 나무 심으면 친환경이다?[노컷체크] ⑦나무만 심으면 기후변화 해결된다?[노컷체크] ⑧'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몰아주기 역효과 나고 있다?[노컷체크] (계속) |
"지금 쌓여있는 게 대략 10만 톤 정도 됩니다. 아무리 수급해도 자재가 부족해요, 나무 자체가 부족합니다."
전북 군산에 위치한 한 MDF(중밀도섬유판) 업체. 현장 관계자는 목재 수급이 어렵다고 거듭 말했다. 과거 목재 수급이 잘될 때는 월 4만㎥ 가깝게 생산했지만, 현재는 월 3만 3천㎥로 생산량이 줄었다고 한다. 최근에도 한 달에 절반 정도만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목재 수급이 어려운 배경으로 업체 관계자는 가격 상승을 꼽았다.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로 목재 원료가 쏠리면서 시장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파쇄한 목재를 뭉쳐서 만드는 파티클 보드(PB) 업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파티클 보드 업체 관계자는 "뿌리 빼고 원료 가격이 50% 이상 올라 경쟁력이 없어졌다"며 "매년 7만 톤을 적재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3만 7천 톤뿐이다, 반토막이 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합판보드 업계는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에 적용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s, 이하 REC) 가중치에 따른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일까.
보조금 성격 지원? REC의 탄생
지난 2012년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의무 공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enewable Porrtfolio Standard, 이하 RPS)'가 국내에 도입됐다.
500MW(메가와트) 이상의 설비를 운용하는 대형 발전사들은 의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일정량 공급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발전사의 의무공급비율은 2%. 매년 확대되면서 올해 13.5%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인증서 거래 시장에서 REC를 구매해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발전사들이 자체조달을 하거나 외부조달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들은 REC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고, 산업부는 발전원별로 REC 가중치를 달리해 직접 관리한다.
이 때문에 사실상 정보 보조금 성격을 띈다는 설명이다.
기후솔루션 송한새 연구원은 CBS노컷뉴스에 "REC 공급하는 사업자들이 재생에너지 사업자"라며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전기를 만들면 수익을 얻지만, REC라는 걸 발급받아 시장에 팔면 REC 가중치를 곱해 효과적인 이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의 경우 석탄 연료보다 발전원료가 비싸니 REC가 있어야 수익성이 나온다"며 "바이오매스는 발전단가가 높기 때문에 가중치를 더 많이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풍력·태양광보다 높은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REC
합판보드 업계가 언급한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는 벌채 과정에서 나오는 산림 부산물을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쉽게 말해 산에서 방치된 잔가지 등을 수거한 뒤 파쇄, 화력발전소 땔감으로 쓰인다.
산림청은 지난 2018년 화석연료 대체에너지용으로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제도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의 REC 가중치는 2.0을 부여받았다. 이는 태양광·육상 풍력보다도 높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는 지나치게 높은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REC 가중치 탓에 시장 불균형이 일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의 REC 가중치를 낮추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산림전문가 정규원 산림기술사는 "REC를 주지 않으면 산에서 나무가 안 내려온다"며 "어렵게 베어지고 작은 나무들을 산 밑으로 가지고 내려와서 적재를 한다고 해도 침엽수는 2년, 활엽수는 1년이 지나면 썩어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무를 적재하기 위해) 넓은 장소가 필요하고 기계 장비들로 해서 파쇄하고 펠릿을 만든다"며 "다 적자 공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만큼 생산비를 줄여야 한다"며 "산림 경영을 통한 산업화가 이뤄지려면 기계화도 이뤄져야 한다. 산에 길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REC 가중치를 안주면 (나무가) 베어지지 않을 텐데가 아니"라며 "원래 물량은 다 베어진다. 베어지는데 그것을 활용하자는 취지다, 지금 상태에선 REC 가중치가 없으면 산에서 나무가 내려오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이용? 우리가 사용했는데…" 뿌리까지 쓰는 합판보드업계
REC 가중치가 적용된 이후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의 이용량은 매년 늘고 있다. 산림청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공급(이용)량'에 따르면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 공급량은 2019년 22만 톤에서 2023년 151만 3천 톤으로 크게 늘었다. 이용량 또한 지난 2019년 21만 8천 톤에서 2023년 150만 9천 톤으로 매년 확대됐다. 공급 수량 대부분은 발전용으로 사용됐다.
같은 기간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의 범위도 확대됐다.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의 범위는 지난 2018년 산에서 수확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 등 일부분이었다. 하지만 2019년 조성된 가로수, 산물 피해목 등이 포함됐고, 2021년에는 풍해·수해 등으로 발생한 나무들로 점차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원목도 REC가중치를 받는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및 연료 혼합의무화제도 관리·운영지침' 부칙 제3조에는 숲가꾸기 등 산림사업을 통해 발생한 원목을 사용하면 전소발전의 경우 REC가중치를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합판·보드 업계는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원료를 빼앗긴 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MDF 업계 관계자는 "미이용이라고 해서 REC를 주는 산불 피해목, 재선충 피해목 등과 같은 원료들은 이미 여기서 다 쓰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목 생산량이 국내에서 감소하는 반면, 산업의 수요는 많아지고 있다"며 "에너지 산업은 REC보조금이 들어가 있고, 우리는 맨 땅에 헤딩하는 격"이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PB 업계 관계자도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범위에 산불피해목, 재선충 피해목, 가로수 등이 하나씩 들어가더라"며 "특히 도심 가로수전정목을 활용하고 있었는데 지금 원료 가격이 2배 이상 올랐다"고 주장했다.
한국합판보드협회 신승훈 이사는 "업계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작년에 PB 라인 하나가 가동이 중단됐고, 올해 60년을 이어오던 MDF 기업(2개 라인)도 멈춰섰다"고 호소했다.
신승훈 이사는 "합판·보드 업계는 원목부터 잔가지, 뿌리까지 다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불 피해목의 경우 나무가 탄다고 해서 완전히 다 타지 않는다"며 "잔가지들은 타지만, 아래 밑동은 그을음만 있고 최대한 빨리 탄화부분을 제거하면 원목으로써 충분히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턱대고 다 에너지 원료로 사용하기보다 MDF 원료로도 충분히 (원료) 사용이 가능하다"며 "멀쩡한 원목이 에너지연료로 태워진다?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폐가구 등 배출된 폐목재는 파티클보드로 재사용 할 수 있어 산림의 순환경영이라는 산림청 취지 및 국가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산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원료 '미이용'과 달라", "물가 상승 여파"
이와 달리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협회는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원료와 합판보드 원료가 분명히 구분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협회 측은 "합판보드 산업군이 사용하는 원재료는 국산 원목 외에도 주로 건설 폐목재, 제재부산물 등 주로 폐목재를 활용하므로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와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건설경기 침체로 수요가 감소되고 판매 경합이 높아진 합판보드 산업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국내 목재 공급단가 상승을 수용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북대학교 목재종이과학과 한규성 교수도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로 구분돼 발전용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은 보드업계가 사용하지 않았던 원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바이오-SRF 사용하는 원료들이 보드 업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원료와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바이오-SRF는 폐목재류, 식물성잔재물 등을 태워 만든 또 다른 바이오 에너지 가운데 하나다.
한 교수는 이어 "보드 쪽으로 가던 원료들이 바이오 SRF를 쓰는 발전소 측에 막혀서 발생한 일"이라며 "원료가 다르다"고 거듭 말했다.
이와 관련 산림청은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물가 상승(인건비, 운송비 등)에 의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REC 가중치와 인과관계는 불명확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합판보드 산업군이 사용하는 원재료는 국산 원목 외에 건설 폐목재, 제재부산물 등 주로 폐목재를 활용하므로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와는 연관성이 낮다"고 강조한다.
산업부도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 원자재 가격 및 이를 통한 발전의 양상은 여러가지 요인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아 복합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라며 "REC와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단순 규정할 순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도 과거 '시끌'…"시장 자연스레 유도된다"
과거 독일에서도 한정된 목재 원료 수급을 두고 업계간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지난 2011년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 '리그나'에 참석했던 한 국내 MDF 업계 관계자는 "현지 합판보드 업계 관계자가 목재 시장을 발표하며 에너지 업계로 인해 위기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때만 하더라도 독일의 일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딱 10년 뒤 국내에서 되풀이되고 있더라"고 안타까워했다.
언급한 내용은 당시 독일 목재 재료 산업 협회 피터 사우어바인(Peter Sauerwein) 박사가 관련 업계 대상으로 독일 목재 현황을 발표한 자리다.
배포된 자료에는 독일 정부의 산림바이오매스 지원 정책으로 인해 목재 기반 패널 산업이 약화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원목 및 목재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자료도 포함됐다.
오스트리아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법에 따라 바이오매스를 포함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농림부 소속 산림 및 지역 관리(Forestry and Regions Office of the Director-General)를 담당하는 폴 에어가트너(Paul Ehgartner) 국장은 "(기본적으로) 합판보드 등과 같은 산업용은 더 좋은 품질의 목재를 사용하고 더 많은 돈을 지불한다"며 "산업용 가격이 에너지용 가격보다 높기 때문에 시장이 자연스레 유도된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여당인 녹색당에서 환경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루카스 해머(Lukas Hammer) 하원 의원도 "일반적으로 투자 보조금과 시장 보조금이 있다"며 "(시장 보조금의 경우) 장기적인 투자 안정성을 제공하기 위한 최소 구매 가격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산림 바이오매스 난방용은 (상대적으로) 높은 보조금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바이오매스 업계와 합판보드 업계가 상생하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바이오매스협회 크리스토프 세바스티안 로젠버그(Christoph Sebastian Rosenberger) 차장은 "어느 한쪽이 정부 지원금을 받아서 이익을 보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며 "오스트리아 내 목재 산업 시장이 커지다 보니 자연스레 수요가 많아지면서 공장 등 다양한 곳에서 (공급이)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조금 형식의 지원을 없애려는 국가도 있다.
네덜란드 국제 환경단체 자연과환경(Nature & Environment)의 피터 드종 에너지 프로그램 리더(Peter De Jong)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바이오매스 등과 같은 지원금을 없애는 방향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에서) 바이오매스 관련 협약을 맺어 열이나 발전용은 가급적 지양하고 합판 등 고가치로 생산하는 쪽에 집중하자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덧붙였다.
"발전소 일몰제"…"목재칩 세분화 해야"
2018년 이전에 설치된 기존 발전사들의 산림바이오매스 REC가중치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대한민국 산림의 땔감화' 정책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산림바이오매스 REC 가중치가 개정되면서 이후 신규 발전사에 대한 REC 가중치가 폐지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존 발전사는 이전과 같은 REC 가중치를 받는다.
한규성 교수는 "산업부에서는 2018년 REC를 개정하면서 수입 펠릿(일반적인 목재펠릿 및 목재칩)의 가중치를 낮췄지만 기존 발전소에 대해서는 REC 적용을 유예하고 경과규정을 두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입 펠릿으로 수익이 나는 것을 갑자기 수입산 REC를 줄여버리면 수익이 줄어들지 않겠나"라며 "이 때문에 경과규정을 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특정 날짜 이후 해당 법률의 효력이 중단되도록 규정하는 '일몰제' 얘기는 없었다고 한다.
한 교수는 "이러다 보니 그 이후에 바이오매스 에너지로 전환하거나 신규로 바이오매스로 하는 발전소가 몇 안 된다"며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잘 쓰도록 하기 위해서 이런 제도를 바꾸고자 했으나, 실질적으로는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 양도 그다지 늘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과규정이 폐지되든지 시간으로 주면서 없애든지,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합판보드업계도 발전사 REC 가중치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DF업계 관계자는 "2018년 REC 개정을 통해 원목 사용에 대한 REC 가중치를 0.5로 낮췄다"며 "하지만 (2018년도 이전에 설치된) 기존 발전사들은 이전 REC 가중치를 적용받다 보니 (원료를) 휩쓸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료인 △수입팰릿 △목재칩 △원목을 세분화하지 않고 목재칩으로 뭉뚱그려 놓은 게 문제"라며 "이러다 보니 목재칩이 발전사로 가면 1.5(전소)/1.0(혼소) REC 가중치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폐가구 목재칩의 경우에도 REC 개정을 통해 모두 0.25로 낮췄다"며 "REC 재개정을 통해 △수입팰릿 △목재칩 △원목에 대한 원료를 세분화하지 않으면 보드 산업전체가 다 흔들린다"고 우려했다.
이어 "산업계가 먼저 목제품을 만들고, 이후 폐가구로 배출하면 파티클 보드에서도 두 번 정도 써 30~40년을 쓰게 된다"며 "이렇게 다 쓰고 태우는 게 (탄소중립으로 가는) 정상적인 프로세스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기획·취재 : 박기묵 정재림 장윤우 최보금
-본 기획물은 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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