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예진(IBK기업은행)은 MZ 세대 그 자체다. 멋있다.
대한사격연맹이 배포한 선수 프로필을 살펴보면 오예진의 성격과 캐릭터를 짐작할 수 있다.
인생의 라이벌은 '나 자신',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 심정은 '내가 그만큼 노력했다는 증거', 좌우명은 '내 갈 길은 내가 정한다'라고 적었다. 어려움이 있을 때는 마인드컨트롤을 통해 혼자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게 자신의 장점이라 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2005년생의 당찬 오예진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긴 끝에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섰다.
오예진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의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공기권총 여자 10m 결선에서 243.2점을 기록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사격의 쾌거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마지막 금메달 결정전은 한국 선수들의 무대였다. 241.3점을 기록한 김예지(임실군청)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사격이 올림픽에서 단일 종목 금·은메달을 석권한 것은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50m 권총의 진종오, 최영래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오예진의 초반 출발이 좋았다. 2라운드까지 선두를 질주했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9점대 두 발을 쏘며 3위로 내려앉았다. 그 사이 김예지가 선두를 탈환했다.
오예진은 페이스를 되찾았고 김예지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두 선수는 계속 1,2위를 다퉜다. 우승자를 결정하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10.0점과 10.6점을 쏜 오예진이 나란히 9점대에 그친 김예지를 제치고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 여자 공기권총의 간판 김예지도 잘 싸웠다. 김예지는 전날 공기소총 혼성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금지현처럼 여섯 살짜리 자녀를 둔 '엄마 사수'다.
김예지는 지난 6월 사격 국가대표 기자회견에서 당찬 발언으로 주목받았던 선수다.
김예지는 보완점을 묻는 질문에 "보완할 게 없다"고 답했다. 당시 사격 대표팀은 금메달 1개를 목표로 삼았는데 김예지는 "당연히 제 것이 아닐까요?"라고 했다. "근거있는 자신감이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본인의 장점으로는 "내가 한다면 꼭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꼽았다. 비록 금메달을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대표팀 동료와 함께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는 감격을 나눌 수 있게 됐다. 세계 2등이다.
이로써 한국 사격은 이틀 동안 메달 3개를 수확했다.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가 펼쳐진 전날 박하준과 금지현이 짝을 이룬 공기소총 10m 혼성전에서 은메달을 땄고 이날 메달 2개를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