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욱(대전광역시청)은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4강에서 루이지 사멜레(이탈리아)를 15-5로 완파한 후 "도쿄 올림픽 때 김정환 선수의 복수를 한 것 같아서 더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정환은 3년 전에 열린 도쿄 대회에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맏형으로 출전했다. 구본길, 오상욱, 김준호와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개인전에서는 준결승 고비를 넘지 못했다. 바로 루이지 사멜레와 경기에서 졌다.
당시 김정환은 3-4위전에서 승리해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가 2016년 리우 대회에서 차지한 동메달과 더불어 한국 펜싱의 남자 사브르 개인전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오상욱이 한국 펜싱의 역사를 새로 썼다. 김정환의 복수를 해내며 결승에 오른 것만으로도 남자 사브르 개인전 최초의 역사. 오상욱은 더 나아가 또 한 번의 '복수'를 해내며 금빛 찌르기에 성공했다.
오상욱은 튀니지의 강자 파레스 페르자니와 결승에서 15-11로 승리해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금빛으로 장식한 오상욱은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에 이어 생애 두 번째로 참가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면서 대망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한국 펜싱 사상 최초의 쾌거다.
페르자니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오상욱은 결승을 앞두고 페르자니에 대해 "강약 조절을 잘하는 까다로운 선수"라고 평가했다.
페르자니는 이날 한국 펜싱을 두 번 넘지는 못했다. 대회 32강전에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맏형 구본길을 꺾었던 선수가 바로 페르자니다.
구본길은 이번 대회를 마지막 올림픽 무대로 삼았다. 1989년생의 베테랑 구본길은 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수확했지만 개인전 메달은 없다.
구본길은 첫 경기에서 패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오상욱,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등 후배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개인전 무대를 떠났다. 박상원은 16강에서 아쉬움을 삼켰지만 오상욱이 최강의 자리에 우뚝 서면서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는 또 한 번 올림픽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