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통해 양성 평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목표 아래 최근 올림픽에서 남녀 혼성 경기가 늘고 있다. 사격 종목에서 추가된 경기 중 하나가 10m 공기소총 혼성전이다. 지난 2020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됐고 한국은 4위를 차지했다.
공기소총 혼성전은 국내에서는 펼쳐지지 않는 경기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오로지 국제 대회를 통해서만 감각을 익힌다. 보통 대회를 앞두고 파트너가 결정된다. 그래도 사격 대표팀은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한국 사격이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파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메달을 명중시켰다.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 조는 27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사격 10m 공기소총 혼성전 금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의 성리하오-황위팅 조에 12-16으로 패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은 앞서 열린 본선에서 2위를 차지해 1위에 오른 중국과 금메달을 놓고 다퉜다. 금메달 결정전은 두 선수가 라운드마다 각각 한 발씩 쏜 뒤 합산 점수로 승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한 나라가 라운드 승점 2점을 가져간다. 동점이 나올 경우 두 나라가 1점씩 얻는다. 16점을 먼저 기록하는 나라가 승리하는 방식이다.
박하준과 금지현은 전반적으로 안정된 실력을 자랑했지만 중국이 더 차분했다. 특히 중국의 여성 선수인 황위팅은 경기 내내 흔들림 없는 사격을 선보였다. 중국은 초반부터 앞서나갔고 한국은 8-14 열세에서 두 라운드를 연속 따내는 뒷심을 발휘했지만 끝내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다.
그래도 값진 성과였다. 박하준은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3개(은2, 동1)를 획득한 공기소총의 간판이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압도적인 1등을 차지했다. 페이스가 워낙 좋았다.
소속팀 KT 사격단의 송남준 감독은 "(박)하준이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정말 고생이 많았다. 출국 직전에 나이가 어리니(2000년생) 메달 획득에 부담을 가지지 말고 배운다는 생각으로 올림픽에 다녀오라고 했는데 첫 종목부터 너무 잘해줬다. 대견하면서도 내가 더 고맙다. 정말 수고 많았다"고 기뻐했다.
같은 사격 선수이자 친누나인 박하향기는 "동생이 잘 쏜다는 점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큰 무대에서 은메달이라는 뜻깊은 결과까지 낼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같은 선수로서 존경스럽고 가족으로서 막내가 자랑스럽다. 금메달 결정전을 앞두고도 기특한 마음에서인지 미소가 끊이지를 않았다. 노력한만큼 고생 많았다고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하준의 동갑내기 친구인 금지현은 지난해 5월 딸을 출산한 '엄마 사수'다.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이후 기량을 되찾고 끌어올리기 위해 딸을 자주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이겨내고 마침내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