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는 본인이 느낀 도파민을 다채롭게 6곡 안에 녹였다. 도파민과 스트레스는 어디에서 왔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주니만의 시선으로 담은 것이 특징이다.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한 주니는 앨범의 주제는 마지막에 정해졌다고 밝혔다. 한 앨범 안에 들어가면 좋을 것 같은 곡을 모았고, 어느 정도의 얼개가 잡히고 나서 비로소 '도파민'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그는 설명했다.
'도파민'은 사전적으로는 뇌신경 세포의 흥분 전달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물질을 뜻하지만, 요즘은 즉각적인 즐거움과 짜릿함을 선사하는 무언가로 통용되는 추세다. 주니의 앨범명도 이런 흐름과 닿아 있다. 주니는 "거의 반년 동안 뭔가 홀린 듯이 이 앨범에 어울릴 만한 곡을 만들게 됐는데, 들어보니까 이 노래들이 '도파민'이라는 주제에 잘 맞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도파민'이라는 앨범을 만들어야지, 가 아니라 어느 정도 스토리를 짜놨는데 노래들이 '도파민'이라는 단어로 모두 설명이 되네? 싶더라. 회사와 다 같이 미팅할 때도 '도파민'이라고 하면 어떤가 했더니 다들 괜찮다고 해서 조금 더 이 방향으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노래 자체가 너무나 그걸('도파민'이란 말을) 설명을 잘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최근 많이 쓰이는 말이어서 '너무 노린 것 같이 보이지는 않나?' 싶었다는 주니. 하지만 그는 "근데 너무… (노래가) 저인 거다.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진 거고, 이건 저만 아니까 저만 떳떳하면 되는 거다. 사실 제가 진실을 알고 있고 그래서 회사 쪽에서도 그냥 믿어준 것 같다. 제 노래를 이미 들은 상태고, 곡에 관한 소통을 너무 많이 해 왔기 때문에 (회사도) 저만큼은 다 아는 상황에서 ('도파민'이란 제목이) 맞다고 했으니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러시'는 주니가 처음부터 타이틀로 점찍은 곡이었다. 그는 "저는 무조건 '러시'가 타이틀이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편곡을 통해 업데이트하면서 확실히 '러시'가 타이틀인 것 같단 얘기를 회사에도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를 완성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음악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은 다르기 때문에 가운데서 잘 맞게 만나도록 하는 부분이 있었고, 설득해야 하는 과정도 사실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다양하게 편곡한 곡도,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린 곡도 '러시'다. 마음에 드는 정도까지 맞추고, 다른 곡 작업하러 갔다가 다시 돌아와 수정하기를 거듭했다. 그러다 실마리가 풀린 순간이 있었다. 주니는 "'러시' 틀면 나오는 똑딱똑딱 소리가 있다. 그게 나왔을 때 뭔가 다 풀리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다 만들 때 (노래에도) 어떤 매력,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드디어 뭐가 딱 잡혔을 때 '이거다!' 하는 게 있는데 그게 그 인트로 테마(똑딱똑딱 소리)였고, 그거 찾자마자 모든 게 다 잘 풀렸다"라고 돌아봤다.
그룹 아이콘(iKON)의 바비가 피처링하게 된 계기를 묻자, 주니는 "원래도 엄청난 팬이지만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바비님의 '무중력' 뮤직비디오를 봤다. 아, 너무 멋있더라. K팝 아이돌 활동을 하는 분이 이렇게 멋진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음악을 한다는 것에 엄청난 리스펙(존경심)을 갖고 있다가, '러시' 어느 정도 완성됐을 때 저는 래퍼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무중력' 뮤직비디오를 봤던 게 떠올랐고, 바비와 친분이 있는 지인을 통해 직접 연락했다. 바비는 흔쾌히 수락했다. 주니는 "진짜 거의 10초 안에 답이 와서 '너무 좋아요. 얼른 보내주세요' 하셨다. 워낙 바쁘신데 진짜 빨리 바로 해 주셔서 그만큼 저도 흥분의 상태에서 작업을 마무리했다"라고 부연했다.
타이틀곡으로 경쟁하던 곡 질문에, 이날 동석한 마케팅 담당 강혜선 디렉터는 "주니 곡이 본인 느낌을 많이 내는 것도 있지만 유행에 어울리는 곡도 있다. 후자가 '히얼 위 고 어게인'인데 안 해 봤던 영역이어서 두 개 중에서 되게 고민을 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티스트가 이게 타이틀이라고 되게 확신을 갖고 얘기를 했고, 거기다 본인이 계속 (곡을) 디벨롭(발전)해 왔다. '이러이러한 걸 더했으면 좋겠다' 하는 저희 요구를 다 채워서 완성도 있게 만들어 오니까 ('러시'를) 굳이 선택 안 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주니는 "(타이틀곡) 의견이 갈라졌어도 사실은 좋은 거다. 그만큼 (수록곡도) 좋다는 거니까. 저는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인데, (회사가) '테이스트'(TASTE)도 되게 좋아하고, '데이라이트'(Daylight)란 노래도 엄청 반응이 좋았다"라며 웃었다.
이번 '도파민' 앨범은 표지와 콘셉트 사진도 '도파민 가득'한 무드다. 그동안 주니가 발표한 앨범 표지와도 사뭇 다른 강렬함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저의 엄청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라고 너스레를 떤 주니는 "초반에 앨범 내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 조금 다른 걸 해 보자, 대표님도 '이번엔 조금 반전을 주면 좋을 것 같다' '새로운 이미지를 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저도 도전 정신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여러 가지 사진 중 지금의 표지가 뽑힌 이유로 주니는 "딱 꽂혔다"라고 답했다. 이어 "너무 멋있는 사진이 많았지만 모든 사람이 속으로 '어, 이게 괜찮은데?' 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다. 그렇다면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했다. 사실 많이 바꿔보기도 했고 고민도 해 봤지만 진짜 '진하게', '도파민'에 어울리는 사진이었다"라고 짚었다.
표정 연기가 어렵지는 않았을까. 그러자 주니는 "(변신하는 건) 조용한 사람한테 더 있는 모습인 것 같기도 하다. 제가 생각했을 때 (끼를) 끄집어내는 사람과 상황, 응원 등이 있어야 나온다고 본다. 너무 감사하게도 저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회사 분들도 용기를 많이 주셨다"라고 밝혔다.
강혜선 디렉터는 "저희가 이미지 작업을 두 번 해야 해서 시간적으로 타이트했다. 앨범이 나와서 여름에는 이미 많이 들을 수 있게 해야 했고, 그때로 맞추려고 다 작업을 해 놨다. 생각보다 이미지 임팩트가 부족하다 보니까 그걸 더 채워서 '이렇게 확 변했어'라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사진 재촬영 등 이미지 작업과, 곡 작업의 완성도도 높이느라 당초 5월에서 6월로 (발매 시기가) 늦어졌다"라고 설명했다.
'러시' 뮤직비디오 역시 '도파민'의 일부처럼 만들었다. 강 디렉터는 "뮤직비디오 스토리 자체도 '도파민'의 한 부분이게 하려고 했다. 요즘 연애 프로그램 많이 하고 거기에 이입해서 도파민이 터진다고도 하지 않나"라며 "마지막에 현실을 깨닫는 장면을 담았고, 이미지적으로나 눈으로나 도파민으로 보일 수 있게 파격적으로 해 보자는 마음이었다. 주니가 몸도 가꿨고 액션 연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빡빡한 작업 기간에도 애써준 이들에게 주니는 고마움을 표했다. 주니는 "그만큼 욕심이 있었다. 이번 앨범을 통해서 내 사람들이 정말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도 느꼈다. 사실 (빡빡한 일정에) 도망갔을 수도 있는데…"라고 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결국엔 너무 재밌었다. 저뿐만이 아니라 저희 회사 분들도 성장하지 않았을까"라며 "저도 그래서 뿌듯하다. 우리가 이걸 해낸 게"라고 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