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잉 인더 레인…무료 개막식에 세느강변 메운 파리지앵[르포]

세느강변 일부 무료 개방…폭우 속 '라 마르세예즈' 떼창
유료 관중들도 3시간 이상 대기…분통 터트리기도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2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한국 선수단이 보트를 타고 개회식장인 트로카데로 광장을 향해 수상 행진을 하고 있다. 2024.07.26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파리=황진환 기자
​빗줄기가 굵어질수록 파리지앵들의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프랑스 당국은 26일(현지시간)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이라는 대회 슬로건에 따라 세느강변 윗쪽 일부는 무료로 개방해 파리 시민들을 맞이했다. 얄궂게도 개막식이 시작하자마자 폭우가 시작됐지만, 파리 시민들은 함께 노래 부르고 선수단을 향해 쉴새 없이 손을 흔들었다.

빗속에서 '라 마르세예즈' 떼창한 파리지앵들

지네딘 지단은 프랑스의 영원한 영웅이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조국의 우승을 이끈 지단이 성화를 들고 등장하자, 관중은 물론 세느강변의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어 유명 팝가수 레이디 가가의 공연이 펼쳐지자 세느강변의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프랑스 유행가와 '프렌치 캉캉', '라붐'의 OST 'Reality'가 흐를 때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멜로디에 맞춰 조금씩 몸을 흔들었다.

올림픽 종주국 그리스를 비롯해 유럽 국가 선수단이 입장할 때에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와 튀니지 선수단이 탄 배가 지나갈 때 역시 시민들은 "알제리!" "튀니지!"를 외치며 응원하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빗줄기는 거세졌지만 시민들은 개의치 않았다. 강둑에 몸을 기대고 담배를 피는 시민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자리를 잡지 못한 일부 시민들은 재활용 쓰레기통에 올라가 개막식을 지켜봤다.

세느강에 빗금 치듯 내리는 비와 프랑스의 유명 작곡가 에릭 사티의 대표곡 '짐노페디'의 운율에 시민들은 꿈에 취한 듯 선수단 퍼레이드를 지켜봤다.

2024파리올림픽?개회식이 열린 2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센강 인근에서 관광객들이 개회식 영상을 보며 행사를 즐기고 있다. 2024.7.26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KO 박종민 기자

하이라이트는 프랑스의 애국가 '라 마르세예즈'였다. 프랑스의 상징 '마리안느'로 분장한 메조소프라노 악셀 생 시렐이 그랑 팔레 지붕 위에 삼색기를 들고 등장해 애국가를 부르자, 강변 위의 시민들 모두 목소리를 높여 따라불렀다. 대형 삼색기가 내걸린 세느강변 아파트 테라스에서 주민들이 '라 마르세예즈'에 맞춰 국기를 흔드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관중 사이에 경찰이 진입하는 등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발단은 팔레스타인 선수단이었다. 일부 시민들이 "팔레스타인"을 연호하자 근처에 있던 또다른 시민들은 "이스라엘"을 외쳤고 실랑이가 이어지자 경찰이 바로 진입해 해당 시민들을 무리에서 끌어내기도 했다.

1km 넘게 이어진 줄…결국 뚫린 세느강변

당초 프랑스 정부는 '무료 개막식'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웠지만 테러 위협 등으로 일부 계획을 철회했다. 티켓 없이는 개막식 무료 관람이 불가능해졌다는 소식이 외신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가 되자 개막식 근처 앵발리드 정거장에서부터 알렉상드르 다리까지 유료 관중과 무료 관중이 한꺼번에 모여들며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유료 관중들도 도로변을 따라 약 1km가 넘게 줄을 서야 했다. 미국에서 온 힐러리씨는 "왜 돈을 주고 티켓을 샀는데도 세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세느강변에서 개회식을 보려는 시민과 관광객이 몰려 혼잡을 빚었다. 파리=박희원 기자

알렉상드르 다리 근처 경찰과 자원봉사단은 티켓 소지자 외에는 돌아가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취재진 역시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알마 다리는 통행증(QR코드)이 있으면 출입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통행증 외 여권이나 신분증, 공식 프레스 카드를 추가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경찰에 따라 동행자가 있거나 다른 방법으로 신분을 증명하면 바리케이드 안쪽으로 보내주기도 했다.

한편 이날 세느강변에는 경찰과 특수부대, 저격수 4만5천명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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