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의 에세이 '축구의 시대-정몽규 축구 30년'을 출간한 브레인스토어 출판사는 26일 책에 담긴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 책에는 정 회장이 지난 1월 10일 아시안컵이 개최된 카타르 현지에서 선수단에 전한 말이 담겼다.
정 회장은 "50명이 넘는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감정의 기복도 있고 예민한 일도 발생할 것"이라며 "짜증도 나고 마음에 안 드는 일도 있겠지만 서로 존중하고 격려하면서 응원해야만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옆의 선수가 나의 모자라는 것, 나의 실수를 막아줄 수 있다는 신뢰가 필요하다"면서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되고 각자의 기분이나 느낌을 그대로 표출하지 않고 절제되고 성숙한 태도를 보여야만 원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대회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0대2로 패해 64년 만의 정상 탈환에 실패했다. 이후 준결승 전날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물리적으로 충돌한 이른바 '탁구 게이트'가 알려지며 큰 충격을 안겼다.
뒤늦게 '탁구 게이트'에 대해 알게 됐다는 정 회장은 "이 사태를 팬과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 됐고, 목격자가 70여 명에 달해 보안을 철저히 해도 언론에 알려지는 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라고 돌아봤다.
아시안컵 부진의 책임을 지고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각자 스스로 프로페셔널 해야 한다고 확고한 소신이 있었다"라며 "감독은 대등한 관계 속에서 선수들을 존중하면서 이들이 경기장에서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펼치도록 도와주는 것이 임무이자 업무라고 판단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평소 생활이나 숙소에서의 활동, 식사 시간 등은 최대한 자유롭게 해주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선수들에게 '원팀'을 강조하며 "앞으로는 저학년 전국 대회나 연령대 대표팀부터 서로 존중하면서 원팀이 되는 것을 더욱 강조하려고 한다"며 "원팀 의식이 더 높아지지 않는다면 지금 수준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힘들겠다고 판단했다. 다만 원팀을 강조하기 위해 개인의 창의성이 위축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은 아시안컵에서 벌어진 대표팀 내 갈등에 대해 '창의성이 넘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젊은 선수'가 선배들의 기분을 거슬리게 하고 위계질서를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판단해 하극상이라고 비판한다"며 "대부분 비난이 이강인에게 쏠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해석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대표팀에는 여전히 위계질서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며 "감독과는 자율적 관계를 선호하지만, 선후배 간의 전통적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것도 모순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으로 축구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K리그1 울산HD를 이끌던 홍명보 감독을 면접 절차 없이 선임해 특혜 등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정 회장의 에세이 출간 시점은 적절치 않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