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그의 과거 행적과 세부적인 자료 제출 등을 두고 서로 '막말'을 했다며 공방전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이날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법인카드 사용 상세 내역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이런 식으로 저를 중상모략할 줄 알았다면 애시당초 법인카드 (사용 내역) 제공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가 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것처럼 말씀하신다"고 답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충분히 문제제기할 만한 사항이고, 이를 중상모략이라고 하면 청문 절차에 들어가는 공직을 맡지 말아야 한다"며 발언 취소와 함께 사과를 요구했다. 이 후보자는 발언은 즉시 취소했지만, 사과에 대해서는 "(민주당 김우영 의원이 사용한) '헛짓거리'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사과를 받고 싶다"며 역으로 사과를 요구했다. 최 위원장이 재차 지적에 나서자, 이 후보자는 "사과하겠다"면서도 재차 "'헛짓거리' 표현에 대해서도 말씀해 달라"고 촉구했다. 최 위원장은 "이미 지적한 바 있다"고 맞받았다.
최 위원장과 이 후보자 간 설전 직전, 김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대전MBC 사장 시절 압델 파타 엘 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직접 인터뷰하지 않았느냐. 양민을 학살하고 반정부 시위대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사람"이라며 "제작진의 편성의 자유를 지켜줘야 할 사람이 본인 이미지 강화를 위해 중동의 독재자를 만났다. 지금까지 '헛짓거리' 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공직자로서 바람직한 태도를 보이라"고 요구했다.
이 후보자가 최 위원장에게 거듭 "헛짓거리라고 한 부분에 대해 위원장님이 말씀을 좀 해 달라"고 요구했고, 그러자 최 위원장은 "위원들께서 내정자에게 질의하실 때 써서는 안 될 언어는 안 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청문회에는 MBC 등 여러 방송사에서 나온 증인과 참고인들이 출석했고, 야당은 이들의 발언을 통해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으로서 독립성과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집중 난타했다.
민주당 박민규 의원은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성호 전 MBC 기자회장에게 이 후보자의 노조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 물었다. 박 전 기자회장은 "방통위원장은 독립성과 중립성이 중요하다"며 "그런 직을 맡기엔 정치적으로 멀리 나가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같은 당 이훈기 의원은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에게 이 후보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고, 윤 위원장은 "방송위원장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어떤 공직에서도 배척돼야 할 인사"라고 답했다.
여당은 민주당 정권 시절 언론노조의 행보를 소환하며 이 후보자 방어에 나섰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강규형 전 KBS 이사에게 해임무효소송에서 승소한 일을 언급하며 "언론노조가 왜 강 전 이사를 목표로 삼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강 전 이사는 자택과 직장 등에서 노조원들에게 폭행 등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했는데, 이 과정이 길어지면서 또 다른 설전이 펼쳐졌다. 최 위원장이 진술이 지나치게 길어졌다며 강 전 이사의 발언을 제지하자, 여당 간사 최형두 의원은 "이 후보자는 KBS 이사회도 (관련이 있는) 방통위원장 후보이기 때문에 부른 것"이라며 "공평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은 MBC 제3노조 강명일 비상대책위원장에게 2017년 당시 최승호 MBC 사장의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물었다. 강 위원장은 "도쿄 특파원으로 있다가 4개월만에 소환 통보를 받았다. 뉴스영상센터라는 곳에 40~50명을 몰아넣고 아무 일도 시키지 않았다"고 답했다. 관련한 최 의원의 질의에 이 후보자는 "취재센터 기자 전원이 민주노총 조합원인 상태에서 임명동의제는 당연히 노조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꼼꼼하게 따져서 중립성과 독립성을 회복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의사진행 발언과 신상 발언 기회를 둘러싼 신경전도 오갔다. 이에 최 위원장은 "의사진행발언을 하실 분을 파악하겠다"며 "가위바위보를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