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얼차려' 중대장, 유족에 '선착순 달리기 없었다' 거짓말"

군인권센터, '사고 직후 유가족-중대장 대화' 녹취본 공개
'선착순 달리기 했느냐'는 유족 질문에 부인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 연합뉴스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를 지시해 박모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 A(27)씨가 사고 직후 유가족에게 가혹행위를 축소해 설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훈련병이 쓰러진 다음 날인 지난 5월 24일 강릉아산병원 인근 카페에서 유가족과 중대장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서 A씨는 '연병장을 몇 바퀴 돌았느냐'는 유가족 질문에 "제가 지시한 것은 세 바퀴였다"며 "(박모 훈련병이) 두 바퀴를 뛰고 50m 정도 갔을 때 쓰러졌다"고 답했다.
 
이어 유가족이 '빠른 속도로 돌게 했느냐', '선착순 방식으로 달리기를 시켰느냐'고 연달아 묻자 "쓰러질 당시에 선착순 이런 걸 시키지 않았고 '딱 세 바퀴만 열을 맞춰서 제대로 맞춰서 같이 뛰어라'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이뤄진 A씨의 대화 내용은 경찰과 검찰 조사 결과와 어긋난다. 춘천지검은 지난 15일 학대치사,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A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A씨는 박모 훈련병 등 6명에게 완전 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선착순 뜀걸음 한 바퀴, 팔굽혀펴기와 뜀걸음 세 바퀴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자회견하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연합뉴스

군인권센터는 "5월 24일의 거짓말은 사건 발생 이후 중대장이 사고 상황을 어떤 식으로 진술하고 다녔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단서"라며 "유가족 앞에서까지 스스럼없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아 사고 발생 직후 소대장이나 군의관에게 가해 사실을 소상히 얘기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러한 중대장의 거짓말은 군의관에게도 똑같이 전달됐을 것"이라며 박 훈련병의 건강 상태에 대해 의료진이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워 치료 자체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체는 "중대장의 거짓말로 인해 연병장 세 바퀴를 돌다가 중간에 쓰러졌다는 왜곡된 사실만 의료 체계를 따라 전달됨으로써 의료인들이 과도한 신체활동으로 열사병이 발생했을 것이라 짐작하기 보다는, 날씨가 더워 쓰러졌다고 오인할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며 "헬기를 띄우지 않는 등 후송이 안이하게 이뤄진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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