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강원 영월군에서 발생한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50대 남성의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국민참여재판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영월지원(재판장 이민형 지원장)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A(59)씨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오는 25일 오전 10시 30분 영월지원 제1호 법정에서 연다.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던 A씨의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은 3년 6개월 간 보강 수사를 벌인 끝에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달 28일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의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했던 이번 사건의 피의자가 피고인 신분으로 처음 법정에 서게 된 가운데 다가올 공판준비기일에서 A씨가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참여재판법상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할 경우 지방법원 지원 합의부가 배제 결정을 하지 않으면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사건을 이송해야 한다. 재판부도 이를 배제할 명백한 사유가 없다면 재판은 춘천지법 본원에서 진행된다.
A씨가 자신이 교제하던 여성과 사귀게 된 남성을 살해한 '계획범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지도 주목된다.
특히 범행 장소에서 발견된 샌들 족적과 A씨의 샌들이 '99.9%'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견과 A씨가 주장하고 있는 알리바이가 상반되면서 족적에 대한 증거 능력 인정 여부가 혐의를 입증할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는 2004년 8월 9일 강원 영월군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에서 당시 조합 간사였던 안 모(당시 40세)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목과 복부 등을 16차례 흉기에 찔리거나 둔기로 맞아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숨진 피해자가 반항한 흔적 없이 바지 주머니에 현금 10여만 원이 든 지갑도 그대로 있는 점 등을 토대로 면식범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당시 용의선상에 올랐던 이들의 범행 동기가 불확실했고 일관성 없는 제보 전화가 오히려 수사에 혼선을 주면서 사건은 장기화됐다.
영구 미제로 남을뻔했던 이 사건은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신설된 이후 2014년부터 재수사가 시작됐고 2020년 6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당시 사건 현장의 족적과 유력 용의자 A씨의 족적이 99.9% 일치한다는 소견을 받으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었다.
검찰 수사 결과 A씨는 2003년 12월부터 영월에 거주하던 여성 B씨와 교제 중이었으나 B씨가 이듬해 6월부터 피해자와 사귀게 되면서 자신에게 "피해자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범행을 계획했다.
A씨는 과거에 교제한 여성들의 신분증 촬영 사진 등을 몰래 보관해 두거나 B씨가 남편과 대화하는 것을 녹음해 두는 등 교제 관계에 있는 여성에 대한 강한 집착 성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범행 사흘 전인 2004년 8월 새벽 자신의 집에서 차량으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영월을 다녀간 뒤 피해자가 재직 중인 영농조합 관련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확인하는 등 각종 정보를 수집했다.
이후 A씨는 범행 당일인 같은 달 9일 영월에 있는 한 계곡에서 가족 등과 물놀이를 하던 중 술을 사 오겠다며 자연스럽게 계곡을 나온 뒤 피해자의 사무실을 찾아가 살해한 뒤 다시 돌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범행 당일 계곡에 함께 있었던 B씨와 A씨의 사촌 동생의 범행 가담 여부에 대해 집중 수사했으나 공모 관계는 없는 것으로 확인돼 무혐의 처분했다.
한편 A씨는 지난달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경찰에서 얘기하는 범행 시간대에 동생 및 아이들과 미사리 계곡에 있었다"며 "당시 그 시간대에 찍은 사진을 알리바이 증거로 제시했는데도 경찰의 소설 같은 이야기로 20년간 고통을 받고 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