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약 63%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전당대회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잠시 방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 대표는 당선된 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건희 여사 특혜 조사'와 관련해 "검찰은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취임 첫 일성부터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강조한 셈이다.
23일 국민의힘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제4차 NEXT 보수의 진보' 전당대회를 열고 한 대표를 선출했다. 당심 80%, 민심 20%가 각각 반영돼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한 대표는 합산 득표율 62.84%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한 대표는 당선된 뒤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했고, 이원석 검찰총장에게는 사후 보고했는데 절차와 방식이 적절했다고 보나'란 질문에 "그동안 조사가 미뤄지던 것을 영부인께서 결단해서 직접 대면 조사가 이뤄진 것"이라면서도 "다만 검찰이 수사 방식을 정하는 데 있어서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답했다. 당내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영부인의 경호 문제를 고려한 합당한 조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는 달리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간접적으로 비판적 관점을 드러낸 것이다.
또 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밝혔던 제3차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선 "우리 당이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하나하나 순리대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 반발 우려'에는 "제가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내놓음으로써 여러 돌파구가 이미 생겼다"며 "그 후 상황이 여러 가지 변했고, 이재명 대표는 제가 말한 특검법을 전면 거부한 상황이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당내 민주적 절차를 통해 토론해 보겠다"고 답했다.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도 "당원 동지와 국민 여러분들은 오늘 국민의힘에 '변화'를 선택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여드리자",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관계" 등을 언급했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행사가 모두 끝난 후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당대회가 끝난 후 대통령님께 전화를 드려서 통화를 했다"며 "앞으로 당정이 화합해서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제가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포부를 잘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고생 많았다고 말씀하시면서 잘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대통령과 각을 세울 생각은 없는가'란 질문에는 "일부러 뭔가 각을 세울 만한 상황이 아니"라며 "(윤 대통령과) 목표가 완전히 같기 때문에 그 목표에 이르는 과정에 좋은 길을 찾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전당대회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방문했다. 지난해 김기현 대표를 선출했던 '3·8 전당대회'에 이은 연속 참석이다. 지난 전당대회 때는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지만, 이번엔 입장하며 주먹을 움켜쥐고 흔드는 것 외에 별다른 퍼포먼스는 없었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국민의힘은 저와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집권 여당이다. 우리는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이고, 우리는 하나"라며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국민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당과 하나가 되고, 당과 정부가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정이 원팀이 되어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일할 때 국민들께서도 더 큰 힘을 우리에게 실어주실 것"이라며 "저는 대통령이자 우리 당의 1호 당원으로 국민의힘이 공감하는 민생정당, 유능한 정책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강력히 뒷받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사에는 대의원 등을 포함해 약 1만명이 참석했다. 지난 전당대회 때는 초대 가수의 축하 공연도 있었지만, 이번엔 최근 있었던 수해 피해 상황 등을 고려해 생략하고 최대한 검소하게 치러졌다.
반면 각 후보 지지자들은 장대비가 쏟아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후보들의 이름을 외치며 연호했다. 주최 측은 최근 폭력 사태가 일어나는 등 분위기가 과열되는 점을 고려해 지지자별로 출입구를 나눠서 운영하기도 했다.
개표 결과는 오후 5시쯤 발표됐다. 합계 득표율 기준 당 대표 선거의 경우 한동훈(62.84%), 원희룡(18.85%), 나경원(14.58%), 윤상현(3.73%) 순으로 집계됐다.
최고위원에는 장동혁(20.61%), 김재원(18.70%), 인요한(17.46%), 김민전(15.09%) 후보가 당선됐다. 박정훈 후보(16.41%)가 득표율에서는 김민전 후보보다 앞섰지만, 최고위원 당선자 중 여성이 없을 경우 최다 득표한 여성을 4위로 선출한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당선권이 바뀌었다. 청년 최고위원에는 진종오 후보가 48.3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