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 혐의'로 창업자 김범수 구속…카카오 위기

SM엔터 인수 과정서 시세조종 혐의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혐의 강력 부인했지만
법원 "증거인멸·도망 염려"…구속영장 발부
사건 정점 구속으로 수사 마무리 국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 당시 경쟁자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 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박종민 기자

작년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경영권 확보전 국면에서 카카오가 우위를 점하기 위해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결국 구속됐다.

이로써 작년 2월 금융감독당국에서부터 시작돼 검찰로 이어진 약 1년 5개월 동안의 이 사건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경영진이 목적 달성을 위해 주가조작까지 동원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인 만큼, 이번 사건으로 창업자가 구속된 카카오로선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결국 구속…"증거인멸·도망 염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날 새벽 1시 10분쯤 발부했다. 한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과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오후 1시 43분쯤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3시간 30분가량 심문을 받았다. 심사 전후 법정 앞에서 "에스엠 시세 조종 혐의를 인정하느냐", "투자심의위 카톡방에서 보고받은 것 인정하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김 위원장은 답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지난해 2월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에스엠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 원) 이상으로 띄워 고정하려고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17일 청구했다.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김 위원장을 검찰에 넘긴 지 8개월 만이었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총 2400여억 원을 투입해 에스엠 주식을 장내 매집하면서 553회에 걸쳐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왔다.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엔 2월 28일 시세조종에 관여한 혐의가 중점적으로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해당 공개매수 진행 기간에 11만 원 안팎이었던 에스엠 주가가 13만 원 선 위로 급등하면서 하이브는 에스엠 지분을 1%도 채 확보하지 못한 채 공개매수에 실패했다. 카카오는 그 직후인 3월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결과 최대 주주 자리를 꿰찼다.

검찰, 'SM 시세조종' 김범수 지시·승인 여부 집중 수사

구체적으로 검찰은 지난해 2월 김 위원장이 참여한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 회의에서 하이브 공개매수를 저지하려는 목적의 시세조종 관련 보고와 승인이 있었다고 의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당시 김 위원장의 시세 조종 관여 혐의를 입증하는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남부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사건 관련 재판에선 검찰이 확보한 주요 인사들의 시세조종 공모 정황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작년 2월 28일 카카오 투심위 구성원들의 대화 내용도 포함됐다. 카카오 김기홍 재무그룹장은 투심위 회의가 끝난 뒤 "오늘 공개매수 꼭 저지해 주세요~ㅎ"라는 메시지를 대화방에 남겼다.

카카오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는 지난해 11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올해 3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받고 있다. 자금을 동원해 카카오 측과 공모한 혐의로 4월 구속 기소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모 대표 역시 22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김 위원장 측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직후에도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구속을 피하진 못했다. 변호인단은 지난 17일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에스엠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바 없다"며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반응"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경영진 주가조작 의혹' 카카오,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카카오의 에스엠 시세조종 의혹 관련 검찰 수사는 작년 11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김 위원장 등 당시 카카오 최고 경영진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서 본격화 됐다. 특사경은 당시 사건을 검찰에 넘기면서 "금융, 법률 전문가 그룹까지 조직적으로 가담한 사건으로 자본시장의 근간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나왔다.

창업자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되면서 카카오로선 기업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데 더해 경영상으로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남부지검에서는 카카오 관련 수사는 총 4건으로 전방위로 진행 중이다. 에스엠 시세조종 의혹을 포함해 카카오엔터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자 임원들의 횡령·배임 의혹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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