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도 정계도 '뒷것' 故김민기 추모…"한없이 자유로우시길"

지난 21일 세상을 떠난 가수 故 김민기. 학전 제공
황정민, 조승우, 故 김광석, 윤도현 등 수많은 배우와 가수를 발굴한 대학로 학전(學田)의 대표이자 '아침이슬' 등의 노래로 유명한 가수 김민기가 위암 투병 중 사망했다. 향년 73세.

민중의 곁에서 음악으로 위로를 건넸고, 대학로의 공연예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들으면서도 무대 뒤 자신을 '뒷것'이라 칭하던 거장의 죽음에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정계 인사도 추모에 나섰다.

올해 3월 학전 폐관 당시 1억 원 이상 거액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진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는 22일 CBS노컷뉴스에 "역경과 성장의 혼돈 시대, 대한민국에게 음악을 통해 청년 정신을 심어주었던 김민기 선배에게 마음 깊이 존경을 표하며 명복을 빈다"라고 추모의 뜻을 밝혔다. 이 전 총괄은 김민기와 서울대 동문이다.

가수 하림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어떤 노래는 밥이 되고, 어떤 노래는 돈이 되고, 어떤 노래는 사랑이 되고, 정신이 되고… 형체도 없는 노래는 그렇게 우리에게서 나와 사라지며 우리에게 가장 간절한 것들이 된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얼마 전 갔던 학전 공연장 벽에 폴라로이드 사진들은 모두 그곳에 노래가 존재했던 흔적들이다. 물리학자가 별의 흔적으로 보이지 않는 별을 증명하듯 이제 우리는 그가 남긴 노래로 볼 수 없어도 그를 증명하겠지. 저 하늘에는 고통이 없다는데, 그렇다면  음악도 노래도 필요 없겠지. 김민기 선생님 부디 편히 쉬세요"라고 애도했다.

작곡가 윤일상도 페이스북에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선배님의 삶과 음악을 존경하고 본받겠습니다. 김민기 선배님. 언제나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선배님의 음악처럼 아름다운 곳에서 평온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지난 4월 방송한 'SBS 스페셜-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에 출연해 "학전에서의 공연 전날은 들떠서 잠도 거의 못 잤을 정도다. 여지껏 노래한 것 중에 제일 크게 불렀다. 학전에서 지금의 YB가 자라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한 윤도현도 인스타그램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앞줄 가운데가 故 김민기. 가수 이적 인스타그램 스토리
윤도현은 "저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이자, 존경하는 음악가 김민기. 언제나 제 마음속에 살아 계실 김민기 선생님. 학전도 선생님도 대학로도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라고 밝혔다. 박학기 역시 "형님~!! 감사했습니다… 아름다운 곳에서 평안하세요"라는 인사를 전했다.

알리는 "노란 머리 시절, 공연을 마치고 뒤풀이 장소에서 선배님 맞은편에 앉아 수줍게 술 한 잔 받은 날이 처음 선배님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선배님 예술 인생의 발자취를 알게 되고 느끼고, 노래로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이제 주님 곁에서 평안과 안식을 마음 편히 누리시길"이라고 인스타그램 글을 남겼다.

더클래식 김광진은 "존경하는 김민기 선배님이 하늘나라로 가셨네요. 대학 시절 저희의 많은 부분을 이끌어 주신 음악들 감사드립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 분이었습니다. 음악도 삶도. 저희한테 주셨던 따듯한 격려도 기억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적었다. 이적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형님, 하늘나라에서 맥주 한잔하시며 평안하시리라 믿습니다. 나의 영웅이여,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썼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계 인사도 고인의 죽음을 추모했다. 윤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김민기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참 많은 것을 남겨주셨습니다. 당연한 것을 새롭게 보려는 '순수한 열정'으로, 세상을 더 밝게 만드셨습니다"라고 올렸다.

이어 "동숭동 학림다방에서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열정이 마음에 울림을 주었습니다. 역사는 선생님을 예술과 세상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지닌 영원한 청년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어린이를 사랑하셨던 선생님의 뜻이 '아르코꿈밭극장'에서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편히 영면하시기를 기원하며, 유가족께 위로를 전합니다"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는 페이스북에 "아침이슬은 세상에 나온 지 2년 만에 유신 정권이 금지곡으로 지정했습니다. 이 곡을 작곡한 김민기 역시 오랜 세월 탄압받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아침이슬은 세대를 넘어 온 국민이 애창하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국민을 탄압하고 자유를 억압한 정권은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사실, 역사는 생생히 증언합니다"라며 "부디 편안히 잠들기를"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한국 대중문화계를 이끌며 국민들과 예술인들로부터 큰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김민기님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라고 썼다.

한국스카우트연맹 공식 페이스북
문 전 대통령은 "김민기님은 엄혹한 시대에 끝없는 고초 속에서도 민주주의의 열망과 함께 영원한 청년 정신을 심어줬던 분입니다. 그의 노래와 공연은 역경과 혼돈의 시대를 걷는 민중들에게 희망이었고 위로였습니다. 그는 음악으로 세상을 바꿨습니다. '상록수보다 푸르고, 아침이슬보다 맑은' 김민기님은 멀리 떠나셨지만, 우리들 가슴 속에 영원히 함께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아침이슬' '상록수' '가을 편지' '아름다운 사람' '작은 연못' '봉우리' '내나라 내겨레' '친구' '백구' 등 많은 곡을 쓴 작사·작곡·편곡가이자 '지하철 1호선' '의형제' '모스키토' '고추장 떡볶이' 등 대학로에 여러 공연을 올린 극작가·연출가였던 고인은, 또한 스카우트 단원이기도 했고 한살림 초대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1951년 3월 31일에 태어나신 김민기 선배님은 1968년 3월 나이 17살, 스카우트에 처음 등록하여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1970년 8월 8일 스카우트의 최고 급위인 범스카우트 제49호로 인가받아 활발하게 스카우트 활동을 하셨으며 특히, 1991년에는 제17회 세계잼버리 야영안전부 운영요원으로도 봉사하셨습니다"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대표작인 '아침이슬'은 박정희 정권 시절 저항의 상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또한, 학전 소극장을 설립하여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연을 기획하고, 소극장 뮤지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김민기 선배님의 헌신적인 스카우트 활동과 예술적 업적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열정과 노력은 후대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소년을 위한 스카우팅을 몸소 실천해 오셨던 김민기 선배님의 조의를 표하며, 그의 가족과 가까운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라고 전했다.

한살림도 공식 페이스북에서 "음악가로, 학전 대표로 널리 알려졌지만 한때 한살림 초대 사무국장이자 생산자이기도 하셨던 김민기님이 2024년 7월 21일 별세하셨습니다"라며 "육체의 고통도, 삶의 시름과 기쁨도, 음악과의 깊은 사랑도, 한살림과의 작은 인연도 훌훌 털어 버리시고 한없이 한없이 자유로우시길 기원합니다"라고 조의를 표했다.

김민기의 조카이기도 한 김성민 학전 총무팀장은 21일 서울 종로구 학전다방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고인의 사망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가을 위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던 김민기는 지난 19일 건강이 나빠졌고 20일 오전 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다음 날인 21일 저녁 8시 26분에 숨을 거뒀다.

김 팀장에 따르면, 김민기는 '정말 다 그냥 고맙지' '할 만큼 다 했지'라는 말을 남겼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3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4일 8시다. 유족은 예전 학전 자리였던 아르코꿈밭극장에 들렀다가 장지로 향한다. 장지는 벽제장-천안공원묘지다. 고인의 뜻에 따라 조의금과 조화는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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