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의 후손', '재일교포', '귀화 선수', '유도 금메달 후보'.
사흘 앞으로 다가온 2024 파리 올림픽에 나서는 유도 국가대표 여자 57kg급 허미미(21·경북체육회)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태극 마크를 달고 처음으로 올림픽에 나서는 허미미가 파리에서 애국가를 부르겠다는 굳은 각오로 세계 무대 정복에 나선다.
한국 유도 대표팀 막내인 허미미는 특출난 실력은 물론, 이례적인 스토리로 더욱 조명받는 선수다. 우선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1857~1920)의 후손이라는 점이다.
허석은 일제강점기였던 1918년 경북 일대에 항일 격문을 붙이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던 독립운동가다. 1920년 4월 22일 만기 출옥했지만 3일 만에 순국했다. 시간이 흘러 독립 투사로서 공을 인정받은 허석은 1982년 정부로부터 대통령 표창에, 1991년에는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또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라는 점도 허미미를 주목하게 하는 요소다. 이중국적자로 태어난 허미미는 2021년 한국 국적을 선택,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 무대까지 서게 됐다.
허미미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할머니 유언의 영향이 컸다. 할머니가 '한국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가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알려졌고, 이에 따라 허미미는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허미미의 스토리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가 모인 자리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에서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후손인 재일교포 허미미 등 144명의 선수가 있다"며 "갈고닦은 기량을 맘껏 펼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이러한 점이 허미미에게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허미미는 이날 행사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적인 관심이 큰 것에 대해) 솔직히 부담스러운 마음도 크다. 지금도 긴장이 된다"면서도 "기대가 많이 된다. 열심히 해보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특이한 이력도 그렇지만, 뛰어난 실력이 허미미에 시선이 쏠리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허미미는 유도로 유명한 일본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뒤, 2021년부터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159cm로 신장은 작지만, 주특기인 업어치기 기술로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2022년 2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대표팀의 일원이 됐고, 같은 해 6월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열린 유도 그랜드슬램에서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이 대회에서 허미미는 여자 57kg급 세계의 강자들을 차례로 격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유도 희망으로 떠올랐다.
승승장구는 이어졌다. 같은 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고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5위를, 올해 포르투갈 그랑프리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하며 연이어 값진 성과를 냈다. 특히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선수로는 6년 만에 금메달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제 남은 목표는 올림픽 무대 최정상에 서는 것이다. 허미미는 "올림픽에 나간다는 기분이 드디어 실감이 난다. 긴장은 된다"며 첫 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떨리는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몸 상태도 좋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니 자신 있게 열심히 하고 오겠다"며 "파리에서 딱히 해보고 싶은 것은 없다. 경기에만 집중하겠다"고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결전의 날은 오는 29일(한국 시각)이다. 허미미는 이날 한국 대표팀의 다섯 번째 주자로 경기에 나선다. 이어 8월 3일에는 여성 3명, 남성 3명이 함께 출전하는 혼성 단체전에 출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