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 사망 사건' 간부들 다음달 첫 재판…'고의 학대여부' 쟁점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을 지시한 A중대장이 지난달 21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 구본호 기자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에게 무리한 군기훈련 일명 '얼차려'를 지시해 쓰러져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간부들의 첫 재판 기일이 결정됐다.

검찰과 피고인들은 사건의 쟁점인 가혹행위의 '고의성'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제2형사부(김성래 부장판사)는 오는 8월 16일 학대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된 A중대장(27·대위)과 B부중대장(25·중위)에 대한 첫 공판을 연다.

이들은 지난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훈련을 실시하면서 군기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실신한 박모 훈련병에게 적절하게 조처하지 않아 박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중대장은 사선 변호인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을 지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두 사람에 대한 처벌은 불가피한 가운데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처벌 수위를 결정할 '학대치사죄' 성립 여부가 될 전망이다.

앞서 경찰로부터 두 사람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법리 검토를 통해 고의적 학대행위로 볼 수 있다며 '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당시 기상조건과 훈련방식, 진행경과, 피해자의 신체조건 등을 종합할 때 학대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훈련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를 발생시켰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업무상과실치사의 경우 금고 5년 이하, 학대치사죄는 징역 3년 이상 30년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지난 달 21일 오전 강원 춘천시 춘천지방법원으로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의 피의자인 A중대장과 B부중대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가운데 한 시민이 '철저한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 구본호 기자

수사기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B부중대장은 사건 발생 전날 훈련병 6명이 취침 점호 이후 떠들었다는 이유로 이튿날 오전 A중대장에게 구두 보고 후 승인을 받고 군기훈련을 실시했다.

군기훈련은 법령상 훈련 대상자에게 실시 전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해 실시 사유를 명확히 하고 소명 기회를 부여한 뒤 실시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하나 이들은 이런 절차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은 당시 훈련병들의 신체 상태와 훈련장 온도지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B부중대장은 보급품이 모두 지급되지 않은 훈련병들에게 군장의 빈 공간을 책으로 채우게 하는 방법으로 비정상적인 완전군장을 하도록 한 후 총기를 휴대하고 연병장을 2바퀴 돌게 했다.

뒤이어 나타난 A중대장은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선착순으로 뜀걸음 1바퀴를 실시한 뒤 팔굽혀펴기를 시키고 뜀걸음 세바퀴를 지시했고 결국 박 훈련병은 쓰러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위급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신속한 응급처치를 지체한 과실로 의무대를 거쳐 민간병원으로 옮겨진 박 훈련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감정서에 따르면 박 훈련병은 열사병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는 체력단력 방식의 훈련병 군기훈련을 금지하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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