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듣고 신고한 외국인 현행범 체포한 경찰…法 "손해배상해야"

연합뉴스

일면식 없는 행인이 외국인에게 시비를 건 사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외국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과 관련해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2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임은하 판사는 모로코 국적의 A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대한민국이 A씨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지난 2020년 3월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삿짐센터 일을 하고 있던 A씨는 행인 B씨에게 욕설과 함께 불법체류자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B씨가 휴대전화를 꺼내 A씨의 얼굴을 촬영하려 하자 A씨는 손으로 카메라를 막았다.

A씨와 B씨 모두 경찰에 신고했는데 출동한 경찰은 도착 직후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가 경찰관들에게 신분증을 제시했음에도 경찰관들은 A씨를 체포한 뒤 약 2시간 동안 파출소에 인치했다.

임 판사는 "원고가 외국인이라는 사유만으로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고 구체적인 근거 없이 원고가 증거 인멸을 할 것이라고 보아서도 안 된다"며 "사건 발생 당시 원고를 현행범인으로 체포할 필요성이 있었고 보기 어려워 이 체포는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자의적인 공권력 행사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판사는 경찰이 통역 제공 없이 A씨를 조사한 점도 문제 삼았다.

임 판사는 체포 경위와 체포 지속 시간, 조사 내용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200만원으로 정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김정우 변호사는 "외국인이라는 사유만으로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우리 법체계를 잘 모르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외국인일지라도 그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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