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수들이 프랑스 파리에 입성해 8년 만의 올림픽 무대 복귀를 알렸다.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는 신속한 움직임으로, 한국 취재진의 접근을 차단한 북한 선수단은 곧바로 2024 파리 올림픽 선수촌으로 향했다.
20일 오전 평양 순안 국제공항을 출발한 북한 선수단은 중국 베이징을 거쳐 한국시간으로 21일 오후 1시께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선수단 수하물 중 한 개에 문제가 생겨 약 세 시간 동안 수하물 찾는 곳에 머물다가 선수촌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날 도착한 북한 선수단 규모는 지원 인력을 포함해 21명이었다.
입국한 선수의 수는 북한 선수단 관계자는 물론이고,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도 공개하지 않았다.
입국장을 나서는 북한 선수단의 모습은 '첩보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공항 내 교통을 안내하는 관계자에게 자신을 '외교관'이라고 소개한 두 명과 미리 입국한 북한 선수단 관계자 두 명을 합쳐 총 네 명은 '예정된 게이트'에서 선수단을 기다렸다.
'조선-프랑스 친선협회' 회원들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선수들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게이트 앞에서 북한 선수단 환영식을 준비했다.
하지만, 갑자기 북한 관계자 네 명이 흩어졌다. 북한 선수들은 다른 게이트로 나왔고, 프랑스 경찰이 한국 취재진의 북한 선수단 접근을 막았다.
한국 취재진의 여권을 검사하는 경찰도 있었다.
조선-프랑스 친선협회 회원들도 버스에 오른 북한 선수들의 모습만 멀찌감치서 바라봤다.
북한 선수들은 인공기를 흔드는 조선-프랑스 친선협회 회원들에게 버스 안에서 손을 들어 화답했다.
북한의 올림픽 복귀를 알리는 입국 장면은 이렇게, 다른 국가들과 달랐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와중인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는 코로나19의 자국 유입을 막고 선수를 보호하겠다며 선수를 보내지 않았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각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선수들을 파견해 올림픽에 참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 올림픽 헌장을 북한이 어겼다며 2021년 9월 북한의 NOC 자격을 2022년 말까지 정지했다.
그 결과 북한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IOC의 징계가 풀리면서 NOC 지위를 되찾은 북한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래 5년 만에 아시안게임 무대에 다시 섰다.
올림픽 무대에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후 8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개막을 닷새 앞둔 현지시간 21일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공식 정보 사이트 마이인포에 따르면, 북한은 강세 종목인 레슬링(5명), 수영 다이빙(3명), 탁구(3명), 복싱(2명)과 체조·육상·유도(이상 1명)에 이르는 7개 종목에 16명을 출전 선수로 등록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른 여자 기계체조의 간판 안창옥은 2024년 월드컵시리즈 전체 1위를 차지했고, '올림픽 메달 후보'로 평가받으며 파리에 도착했다.
2024 도하 세계수영선수권 다이빙 여자 싱크로 10m 플랫폼 은메달을 합작한 김미래-조진미도 '메달권'이다.
여자 복싱의 방철미(54㎏급)와 원은경(60㎏급)은 각각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 은메달리스트다. 복싱의 경우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파리 올림픽 예선전을 겸해 열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딴 유도 여자 70㎏급 문성희도 이번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가장 많은 인원이 나서는 레슬링에서는 남자 그레코로만형 60㎏급 리세웅, 여자 자유형 50㎏급 김선향·53㎏급 최효경·62㎏급 문현경·68㎏급 박솔금, 탁구에서는 남자 리정식과 여자 김금영, 편송경이 출전 선수 명단에 포함됐다.
육상 남자 마라톤의 한일룡은 다양한 국가의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뛸 수 있도록 마련된 '보편성 쿼터' 제도를 통해 출전권을 확보했다.
북한 선수단은 추가로 입국할 것으로 보인다.
안창옥, 김미래, 조진미, 문성희 등의 모습은 공항에서 포착됐지만, 대회 후반부인 8월 10일에 경기를 치르는 한일룡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