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밀양 집단성폭행 피해자, 가해자 신상 공개 '동의 NO' 재차 밝혀

20일 방송한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04년 벌어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뤘다.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2004년 일어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룬 가운데, 피해자가 가해자 신상 공개와 관련해 동의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다시 한번 밝혔다.

20일 방송한 '그것이 알고 싶다' 1407회 '박제된 죄와 삭제된 벌 - 2004 집단 성폭행 사건'에는 사건의 피해자 김선미(가명)씨와 그의 여동생 A씨가 출연했다. 김선미씨 여동생 A씨는 그 당시 피해를 목격하고 사건 현장에 있었던 인물이다.

사건 발생 후 한 번도 찾아본 적이 없었고,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이라도 뜨면 서로 모르는 척하고 말을 꺼내지 않았다는 피해자들은, 유튜브에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신상이 공개됐다는 사실을 남동생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제일 처음에 6월 2일이었을 거다. 일요일이었는데 남동생이 '지금 동영상 채널이 난리 났어' 이러더라, 왜? 이랬더니 가해자들 신상을 직접적으로 공개를 했다는 거다, 얼굴이랑"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신상 공개 유튜버한테 메일을 보냈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데, 여동생이다. 저희는 아직도 이 사건에서 지옥 속에 살아가고 있고 이 사건 얘기를 꺼낼 때마다 힘들다. 아직 언니가 동영상 올라온 걸 모르는 거 같은데 삭제를 요청한다고 했다"라고 부연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그러자 해당 유튜버는 '그냥 이렇게 된 거 같이 이 사건을 한번 키워나가면 어떨까요?'라고 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A씨는 "그래서 그럴 생각도 없고 당장 수정하라고 했는데 무서웠다. '피해자가 동의했다'고 적혀있지 않았나. 그래서 혹시 가해자들이 복수하는 게 아닌가"라고 밝혔다.

유튜브를 통해 신상 공개에 나선 유튜버는 처음에 "피해자 가족 측과 직접 메일로 대화 나눴고 44명 모두 공개하는 쪽으로 대화가 마무리된 상태입니다"라고 했다가, 피해자의 동의가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뒤늦게 이를 시인하며 관련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그알' 제작진이 "그럼 지금 나오고 있는 신상 공개와 관련된 것 중에 어떤 것도 직접 동의하신 콘텐츠는 없는 게 맞는 건가?"라고 묻자, 김선미씨는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저한테 동의를 얻었던 건 아니지 않나"라고 답했다.

가해자에게 연락을 받은 일화도 전했다. A씨는 7월 2일에 'OOO입니다' 하는 메시지를 받았는데 "지금 상황이 이렇게 커지고 (가해자들이) 직장도 잘리고 이런 와중에 (피해자가) 조용히 하고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더라"라며 '(가해자 중 일부는) 직접적으로 성폭행에는 가담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시켜주고 이렇게 해줘야 되는데 왜 가만히 있냐. 그래서 자기는 피해자를 소환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소권 없음'이라는 게 '혐의없음' 이게 아니지 않나. (가해자들이) 부인하는 게 하나같이 말이 다 똑같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판결은 여러 의문이 남는 판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사건을 축소하기 위한 시도가 보였다고 지적했다. A씨는 판결문에 '간음'이라는 표현이 쓰인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이고은 변호사는 "직접적으로 주먹으로 맞거나 어떤 위험한 물건으로 맞진 않았어도 (피해자는) 이 문밖에는 가해자의 친구인 남자 고등학생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럼 도망치려고 문밖으로 나가봤자 밖에는 그 남학생들이 있다. 어떻게 반항하고 어떻게 도망칠까"라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아니면 '2명 이상의 여러 명이 합동해서' 같이 강간을 하거나 이게 특수강간인 거다. 이걸 구태여 위력간음으로 검사가 단계를 낮추는 것 자체가 저는 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신중권 변호사 역시 "(가해자) 불기소의 이유들이 사실은 납득하기가 조금 어려운 것들이 굉장히 많다. 일반적인 사건하고는 조금 다르게 어떻게든 좀 범위를 축소하려고 했던 게 아니냐"라고 바라봤다.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판결문에서 굉장히 눈에 띄었던 그리고 굉장히 여러 번 반복됐던 표현이 있다. 공소사실에 '피해자들이 놀러 와' 혹은 '피해자와 함께 놀다가' 이런 식으로 '놀던 중'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여러 번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라며 "피해자가 이야기하는 피해 당시에 본인들이 느낀 공포나 어쩔 수 없이 밀양으로 오게 된 사정이, 지금 공소사실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김선미씨는 본인이 피해자인 사건인데도 사건 관련 기록을 뗄 수 없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가 뗄 수 있는 건지 알아보려고 했더니 그 44명한테 다 동의를 얻어야지만 뗄 수 있다고 하더라. 왜 저는 볼 수가 없는 건지, 저는 알 수 있는 권리가 없는 건지 그런 게 참 아직도 의문이고 궁금하다"라고 덧붙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2004년 사건 발생 이후 김선미씨와 동생 A씨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김선미씨는 "2004년 이후로는 똑같다. 항상 패턴이 약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라고, A씨는 "저희 둘 다 고등학교는 졸업 못 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도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면서 치료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선미씨는 "저는 아직도 집 현관문 닫을 때마다 수십 번을 문 잠갔는지 확인을 한다, 잠들기 직전까지도. (유튜버의 가해자 신상 공개 후) 이 사태가 커짐으로써 요즘에는 더 많이 힘들다. 제가 잘못한 게 아닌데 왜 제가 이렇게 해야 하나? 그게 좀 억울하다"라고 말했다.

혹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는지 제작진이 묻자, 김선미씨는 "이제는 그런 것도 기억 안 난다. 그냥 앞으로는 엄마랑 남동생 그리고 저 때문에 힘들었던 제 동생이 조금이라도 이 악몽에서 좀 벗어나가지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많은 분들이 (성폭력상담소를 통해) 후원을 해 주셔서 정말 잊지 않고, 평생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라며 "정말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에서 44명의 남학생이 여자 중학생 1명을 1년간 지속적으로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다. 가해자들은 1986~1988년생 고등학생들로, 당시 울산지검은 가해자 중 10명(구속 7명·불구속 3명)을 기소했고 20명을 소년원으로 보냈다. 나머지 가해자는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아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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