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조국혁신당 전국당원대회에서 조국 대표가 재선되면서 그를 중심으로 하는 2기 지도부가 출범했지만, 아직은 난관이 산적해 있다.
최근 종합부동산세 논란 등 '정책'적인 측면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12석으론 단독 입법이 불가능해 정책 추진에는 민주당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관련 청문회 등 '정무'적인 측면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적극 협력하더라도, 비교섭단체라는 제약을 당장은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2기 지도부의 '자강(自強)'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재선된 조국 "탄핵 가려면 민주 171명 동의해야"…'한동훈 특검법' 법사위 논의 등 '정무' 협력 강화
혁신당은 20일 전당대회를 열고 조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2기 지도부를 출범시켰다. 그와 함께 황운하 원내대표, 당 대표 궐위시 권한을 대행하는 수석최고위원을 맡게 된 김선민 의원, 황명필 최고위원, 지명직 최고위원까지 모두 5명이 2기 지도부를 구성하게 된다.99.9%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한 조 대표는 이날 수락연설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 없이는 탄핵이 안 된다. 저희 12석으로는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수 없다"며 "정치인들이 국민의 마음과 주파수를 맞춰 가겠다고 했을 때, 탄핵으로 가려면 민주당 의원 171명이 동의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혁신당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 등을 계기로, 정무적 측면에서 민주당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주에는 1호 법안인 한동훈 특검법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 절차를 시작하게 될 전망이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19일 "그간 민주당이 한동훈 특검법과 관련해서 소극적으로 반응했지만,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 후보의 댓글팀 운영 논란 등이 나왔다"며 "이 대목까지 추가해서 새로 조국혁신당이 발의를 하거나, 민주당과 협의 과정에서 수정안을 만드는 두 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음 주(7월 넷째주) 중 법사위 1소위에 상정될 것으로 민주당과 얘기가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 김승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한동훈 특검법을 반드시 법사위에 상정시켜 진행하겠다"고 썼다.
혁신당은 지난 17일엔 원내대표 황운하 의원실 주최로 긴급토론회를 열어 현재 진행 중인 탄핵 논의와 관련해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어떤 후속조치를 해야 하는지를 토의했다. 의석 수만큼 정치적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는 민주당과 달리, 그러한 '책임'에 대한 부담이 조금 더 적다는 이점을 활용해 '탄핵' 여론을 조성하며 공간을 만드는 데에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교섭단체 요건 완화로 '독자 정책'에 '지역정치 혁신' 내세운 혁신당표 '자강'
반면 '정책'적 측면에서는 최근 들어 민주당과 차이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의석 수가 적은 비교섭단체라는 한계로 인해 독자적인 정책 추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혁신당이 '자강'을 노리는 포인트는 이런 정책 측면에서 민주당과의 차별화와 동시에, 지역정치에서 민주당과의 대결이다.
민주당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대표는 지난 18일 토론회에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금융투자세 유예 관련 질문에 재차 전향적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조 대표는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 완화·폐지가 민주당의 당론·정책으로 결정되는 일이 없도록 더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수석대변인은 "다음 주(7월 넷째주) 의원총회에서 조세개혁 TF가 종부세·상속세·금투세와 관련해 그 동안 연구해 온 결과를 브리핑하고, 의원들이 토론을 할 예정"이라며 "혁신당의 관련 당론을 만드는 과정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런 차이는 단순히 민주당의 '중도층 잡기' 행보에 대한 의견 차이 측면 뿐 만은 아니다. 혁신당 신장식 원내대변인은 "비교섭단체의 권리 강화와 다양성 보장을 위한 혁신 방안 4법을 빠르면 다음 주(7월 넷째주) 발의하겠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법 내용은 △교섭단체 요건 10석으로 완화 △정당 국고보조금 배분 방식에 관한 정치자금법 개선 △비교섭단체의 국회 정보위원회 참여 보장 △비교섭단체의 정책연구위원 지원 강화로, 별도의 교섭단체를 만들어 독자적인 상임위와 정책 활동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춘 행보로 평가된다. 앞서 혁신당은 법사위 소속 박은정 의원이 검찰개혁 등 자체 법안을 심사하는 1소위에 배정되지 못한 것 등을 이유로 '자강'을 내세운 바 있다.
문제는 현실적인 가능성이다. 민주당은 일단 교섭단체 요건 완화에 뜨뜻미지근한 상황이다. 혁신당 입장에선 민주당의 협력에만 기대지 않으려고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추진하는데, 그 완화 자체에도 민주당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2기 지도부 입장에서는 중요한 과제이자 난관이다.
혁신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입장에선 이재명 대표가 총선 때 공약한 사항이기 때문에 대놓고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삼아 계속 추진해 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조 대표 역시 "야 6당이 공동교섭단체 문제도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으로 안다"며 "국민의힘과 민주당 두 정당에 호소하면서, 교섭단체 요건 완화가 왜 정치 발전과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국민들께도 직접 호소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행보를 지역정치에서도 강조할 예정이라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정치 혁신은 지역정치로까지 확산돼야 한다. 경쟁이 필요한 곳에 우리가 들어가겠다"며 "청년과 여성, 지역에 착근해 있는 새로운 분들을 많이 모시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도 "오는 10월 재보궐선거에서 호남 지역에 경쟁력 있는 인재를 영입하고 후보를 내게 되면 민주당 후보들과 경쟁할 수 있다"며 "현재 한 개도 없는 지역조직도 정비하는 등,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스스로 강해지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