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마지막 토론회에서도 한동훈 후보의 '패스트트랙 폭로'와 '입 리스크'에 대한 공방이 고성으로까지 이어지는 촌극이 빚어졌다.
나경원 후보는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 목동 스튜디오에서 열린 당 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만약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기소가 됐다면 공소취소를 요구하겠느냐"고 물었다.
한 후보는 "정치인으로서 당으로서 (공소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 후보님은 당시에 당직도 아니셨고, 개인 차원에서 저한테 부탁하신 것이었다"라고 주장했다.
나 후보는 이에 대해 "그게 개인 차원에서 부탁한 것이었냐. 우리(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공소 취소하려면 야당 의원도 공소 취소해 달라고 한 것 아니냐"며 "똑바로 말하시라"고 발끈했다.
이어 "당대표 되면 본인이 의원들 공소 취소 (요청)하겠다? 저는 전직 원내대표로서 27명 대표해서, 보좌진을 대표해서 말씀 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한 후보가 "그러지 않으셨다"고 하자, 나 후보는 "무슨 말씀이시냐. 저를 모욕하시는 것"이라며 "(제 부탁을) 개인 차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공소 취소 요청을 제대로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해당 논란은 한 후보가 지난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나 후보에게 "패스트트랙 관련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2019년 4월 선거제 개편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과정에서 당시 자유한국당(現 국민의힘 전신) 소속 일부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은 몸싸움을 벌이다 일부 기소됐다.
한 후보가 돌연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요청을 꺼내들면서 당내에서는 반발이 터져나왔고 이에 대해 사과까지 한 상황이다. 한 후보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당 대표가 되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강화하고, 여야의 대승적 재발 방지 약속 및 상호 처벌불원 방안도 검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 후보는 토론이 끝난 뒤에도 패스트트랙 사태에 대한 한 후보의 인식을 지적했다. 그는 "(한 후보가 제 요청을) 마치 개인적 사건의 부탁처럼 말하는 것은 제 명예도 훼손했고 같이 투쟁한 동료 의원들 명예도 훼손한 것"이라며 "우리 당의 역사는 물론 정치라는 메커니즘을 전혀 모르는 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도 이같은 지적에 "당을 위해 몸을 던진 것에 고맙게 생각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 당 대표가 되면 실질적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면서도 "다만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입장과 정치인의 입장은 다르다. 법무부 장관은 개별사건에 관해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원희룡 후보도 "한동훈의 '입 리스크'가 우리 당의 가장 큰 신종 위험으로 떠올랐다"며 "동지 간 중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는가 하는 심각한 의문을 낳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그러면서 "결국 아직도 검사가 상대방을 피의자로 생각하는것(버릇)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느냐"며 "한 후보의 입 리스크, 검사 체질이 고쳐지지 않는 한 미래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한 후보도 "박근혜, 이명박 두 분을 다 몰아내자고 하셨던 분이 세 번 안 그런다고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며 "정치 상황이 바뀌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탈당을 요구할 수 있지 않느냐"고 되받아쳤다.
세 사람의 설전을 지켜보던 윤상현 후보는 "전당대회가 분당대회로 흘러가는 이유는 현재·미래권력 다툼이 내재돼있기 때문이다. 두 대표(한·원 후보)께서 일종의 대리전 양상을 띄고 있어서다"라며 "두 후보 중 한 분이 당대표가 됐을 때 '총계파 탈피 선언'을 해야 한다. 인재를 충원할 때 계파 계보를 배제하고 정책 계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