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VY리그 8개 명문대학 못지않게 짜임새 있게 조성된 계명대 성서캠퍼스가 오픈 40년이 지나면서 주변지역과도 잘 조화를 이뤄 대구 서남지역 도심의 대표 볼거리로 부상했다.
대구 도심에서 신천대로와 구마고속도로를 거쳐 대구 달서구 성서에 위치한 계명대 성서캠퍼스까지는 대략 30여 분이 걸린다. 18일 직접 가보니 도심 접근성이 좋은 곳이었다. 중구나 수성구지역에서는 대구의 중심축 달구벌대로를 따라 짧은 시간에 다다를 수 있는 곳이다. 캠퍼스는 교통의 요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계명대 관계자는 이날 "학교 입지 선정에서부터 부지 매입 및 건물 신축 예산 조달, 캠퍼스 조성 방식에 이르기까지 현 신일희 총장의 아이디어와 구상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역할과 기여가 컸다"고 말했다.
계명대 내부에는 신 총장이 계명대와 계명문화대, 부설 동산병원 등 3개 기관을 통째로 이전하면서 기존 학교부지에는 아예 손도 대지 않고 기부와 펀딩 등 다른 자금조달 루트로 소요비용을 전액 만들어낸 걸 두고 경영능력을 새삼 거론하는 교수.직원도 있었다.
자동차로 성서캠퍼스에 닿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정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구할 수 있는 화강암을 이용해 코린트나 이오니아 양식으로 기둥을 깎고 그 위에다 역시 삼각형의 석조지붕을 얹었다. 마치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또는 포로 로마노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새롭지만 이국적인 조형미에 눈길을 뺏기게 된다.
정문을 지나 대학본부 '행소관'까지 훤하게 뚫린 길을 따라 300-400미터 구간을 지날 때까지 다른 대학과 커다란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본부에다 차를 세우고 아담스채플을 시작으로 학교 내의 '핫스팟 7'을 둘러볼수록 더 확실히 마음속에 새겨지는 심상은 일단 대구와 경북 더 나아가 수도권지역 대학들과도 확연히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 핫스팟 7은 필자가 직접 붙였다.
아담스채플은 이 학교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건학이념인 기독교 복음의 전파와 가장 맞닿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계명대는 올해로 건학 125년이다. 1899년도에 제중원이란 이름으로 대구에서 시작됐고 설립자는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인 에드워드 아담스다. 그를 기려 20세기 말(1999년) 학교 100주년을 기념해 건립했다.
계명대는 건학의 이념대로 복음 전파와 기독교적 교양 함양에 교육의 커다란 비중을 두고 있고 1학년생들은 의무적으로 채플을 수강해야 한다. 채플 학점을 따지 못하면 졸업이 불가능하단다.
채플 건물이 보유한 또다른 명물은 성전 벽면에 설치된 초대형 파이프 오르간. 주석 등 금속재질로 제조된 대규모 파이프들은(1400개) 웅장한 음을 만들어내는 악기로도 성전의 벽을 중후하게 장식하는 마감재로도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설치 작가는 칼 슈켈이다.
캠퍼스 제 2,3경은 아담스채플 좌측 아랫부분에 위치한 대학박물관과 메타세콰이어길이다. 박물관 노천에는 갖가지 유물과 아름다운 조경수들로 주변을 압도하는 풍경을 만들어 외부인들도 즐겨 찾는 포인트다. 박물관 바로 우측면에 조성된 200m내외의 메타세콰이어길은 박물관과 어우러져 일대를 더욱 아름다운 곳으로 탈바꿈시켰다.
메타세콰이어길은 계명대 내 벚꽃길과 더불어 대학의 대표적인 걷고 싶은 길, 아름다운 길로 자리잡았다.
박물관에서 달구벌대로 방향으로 조금 나아가면 나오는 건물이 대학원과 그 너머 음악대학과 계명아트센터다. 제4경이다.
그리고 하나 더 미국 동부의 IVY리그 학교들이 저마다 고풍스러운 건물들로 교정을 채우고 그 위로는 짙은 녹색 담쟁이 덩굴로 덮어놓은 것처럼, 성서캠의 건물들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단과대에 따라 어떤 건물은 40년이 된 것에서 일부는 근년에 완공된 것들도 있지만 공통점은 '붉은 벽돌'과 담쟁이(IVY)이다. 이로인해 캠퍼스 역사가 비교적 짧지만 백년은 된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캠퍼스 조성의 아이디어와 방식은 대부분 신일희 총장의 머리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 프린스턴에서 학위과정을 이수한 유학파다. 그래서 재학시절 미국대학들의 캠퍼스 풍경에 익숙했고 때로는 사진으로 때로는 습작으로 그 광경들을 저장해 뒀다가 성서캠 조성 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학촌은 TV드라마 'Mr. 선샤인'의 촬영지로도 사용돼 유명세를 탔다. 이곳은 단순히 경관을 위해 설치된 장소가 아니다. 계명대는 이곳을 인성.예절교육과 다도교육, 서예교실 등으로 이용 중이며, 평소에는 한옥 안팎 어디나 학생과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게 개방돼 있다.
한학촌 사이를 흐르는 계곡은 서운정과 맞닿아 있는 인공연못으로 물길이 이어지는데 그 연못 바닥의 모래 알갱이와 자갈돌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유리알처럼 투명하다.
7경은 뛰어난 인재 양성의 확고한 의지가 읽히는 매머드급 기숙사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계명대 기숙사는 대구 최고 수준인 동산병원 구간을 지나 조금 더 가면 궁산 자락에 포근히 쌓인 지형으로 다가온다.
성서캠은 대구지하철 계명대역이 학교 앞에 위치해 이동 편의성이 좋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숙사를 갖춰 학교로 입학하는 학생들은 이동에 쓰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다. 협소한 대명동 캠퍼스를 벗어난 계명대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걸맞은 틀을 갖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