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청춘들은 봄날을 즐기고 있는데, 채해병은 그러지 못함에 얼마나 눈물을 쏟았는지 몰라."
19일 군복을 입은 전직 해병대원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편지를 읽어나갔다. 이들은 "선배 해병들은 채해병의 그 원통함, 한을 풀어주고 싶어 1년을 달려왔다"며 "선임 해병들을 믿고 기다려라"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지난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채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숨진 지 1년이 지난 이날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서울 중구 청계천광장에 마련된 '채상병 1주기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 사안은 여야가 다툴 사안이 아니다"라며 "진영 논리를 벗어나 바라봐 달라"고 호소했다.
해병대예비역연대 정원철 회장은 "우리의 이웃이고, 한 가정의 아들이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해병대를 택해 군 복무하다 순직한 20살 청년의 문제"라며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제3자 특검법, 진정으로 채해병을 위한다면 지금 즉시 발의해 달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정 회장을 포함한 전직 해병대원과 가족들은 영정사진 앞에서 채상병에게 바치는 편지를 낭독했다.
이들은 "그날 저녁 비보는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다"며 "전역하고 나서 해병대를 잊고 살았던 나조차도 그랬으니 모든 해병대 예비역들은 한 마음 아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해병대에 충성한 채해병을 위해 대한민국과 해병대가 전부 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해병대답게 '안되면 될 때까지' 우리는 싸워가겠다"며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분향소가 운영된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450여명의 시민이 이곳을 찾아 채상병을 추모했다. 정 회장은 "지난 이틀 간 이 천막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었다. 채해병이 떠난 작년에도 이렇게 비가 많이 오고 날씨가 안 좋았는데 같은 상황이다 보니 마음이 더 울적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날 오후 6시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채상병 1주기 군 사망 사건 피해자 추모 촛불 문화제가 진행된다. 채상병 이외에도 군대에서 목숨을 잃은 군인들의 유족들도 참여해 추모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