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안 본 사람 없게 해주세요. 감독이 미쳤어요. 별 5개 박고 가요."
국내에서 '호러 코미디'는 낯설고 도전적인 장르다. 코미디 영화는 자주 접할 수 있지만 '호러'라는 단어가 붙는, 특히 피와 살이 튀는 걸 보며 낄낄거리는 스플래터(잔혹한 묘사와 유머가 공존하는 공포 영화의 하위 장르)를 찾아보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호러 코미디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국내에서 '핸섬가이즈'가 거둔 성공은 유의미하다.
날을 거듭할수록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흥행을 이어간 '핸섬가이즈'는 개봉 3주 차에 진입하며 1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곧바로 손익분기점(110만 명)까지 도달했다.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파묘' '범죄도시4' '소풍' 세 편에 불과하다. 특히 여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영화 중 '핸섬가이즈'만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는 점 역시 뜻깊다.
영화의 연출자 남동협 감독은 이 모든 공을 '핸섬가이즈'의 열렬한 지지자인 관객과 배우, 스태프에게 돌렸다. 그는 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통해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고 거듭 이야기했다.
걱정과 안도의 반복이 만든 '핸섬가이즈'
"그래 이런 코미디도 나왔어야 해!!!"
낯설지만 웃을 수밖에 없는, 흔한 것 같은 코미디지만 흔하지 않은 호러 코미디의 등장에 관객들 역시 환호했다. '이런 코미디'라는 말 안에 담긴 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르 영화를 향한 반가움이 담겨 있다. 도전적인 작품에 관객들은 영화 관람으로, 호평으로, 손익분기점 돌파로 화답했다.
남동협 감독은 가장 먼저 '핸섬가이즈'를 사랑해 준 모든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어떤 다른 수식어나 문구를 가져다 붙여도 "감사합니다"라는 다섯 글자를 이길 진심은 없다고 했다. 그만큼 관객은 '핸섬가이즈'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해 준 소중한 존재다.
또한 그는 "제작사, 배급사 그리고 이성민 배우와 이희준 배우가 '재밌겠다' '해보고 싶다' '이런 거 한번 보고 싶다'라고 해줬다. 영화를 두고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던 와중에 열혈 지지자들이 있었기에 올 수 있었다"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남 감독은 "좋은 평가도 받고, 지금까지 관객분들의 뜨거운 반응도 느껴진다. 나름의 팬층도 생긴 것 같다. 그런 상황들을 보면 행복한 감정이 들기도 하고 신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모든 시간이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핸섬가이즈'의 시간이 끝나야 선명해질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첫 연출작의 촬영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힘든 길을 믿고 응원해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영화를 허투루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남 감독은 "현장이 단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라고 회상했다. "아무리 앞에서 배우들이 코미디 연기를 펼치고 재밌어도, 그게 정말 재밌는지 냉철함을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늘 긴장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고 나니 현장에서의 시간이 행복했던 것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촬영이 마무리됐다고 작업이 끝난 건 아니었다. 후반 작업에 들어갔지만, 개봉일이 잡히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있던 후반 작업 일정이 한 달에 한 번이 되고, 다시 두세 달에 한 번이 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함께했던 배우, 스태프들은 각자 다른 영화 현장으로 떠났다. 남동협 감독에게는 오롯이 혼자만의 도전과 인내의 시간 시작됐다. 그는 "내가 이 영화를 포기할 순 없는 거니까…"라고 했다.
"그렇게 기나긴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버텨서 만들어낸 영화가 재밌다는 말을 들었을 때 든 감정은 기쁘다는 것보다 '안도'였어요. 다행이에요. 이 노력과 시간이 헛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핸섬'한 이성민-이희준-복순의 열연이 만든 '웃음'
"유쾌하게 웃으며 잘 봤어요! 이성민, 이희준, 봉구까지 연기합 쵝오~"
남동협 감독이 활자로 표현하고,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장면들을 배우들은 관객들의 눈앞에 생생하게 살려내며 웃음꽃을 피워냈다. 남 감독은 "내가 정말로 기죽지 않고 첫 작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이유가 이성민, 이희준 두 배우 덕분인 거 같다"라고 공을 돌렸다.
그는 "나도 걱정하고 의심하면서 연출하는 상황이었던지라 두 사람이 처음부터 나를 의심하는 태도였거나 미심쩍은 느낌을 줬다면, 주눅이 들었을 텐데 그런 것 없이 오히려 더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줬다"라며 "특히 이성민 배우는 제일 어른이면서도 본인부터 몸을 던져가며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이성민은 벌에 쏘인 모습을 분장하는 것도 더 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했다. 이를 보며 다른 배우들은 더욱더 연기 혼을 불태울 수밖에 없었다.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뛰어난 코믹 연기를 선보인 박재환 역시 두 사람에 질세라 안무실을 빌려 몇 날 며칠을 연구하고 연습해 지금의 '좀비 댄스'를 완성했다.
처음 복순을 본 순간 남 감독은 복순이 아닌 다른 강아지 배우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남 감독은 복순을 처음 보게 된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마지막까지 고민했는데, 복순이가 계속 눈에 밟히더라고요. 제임스 딘처럼 우수에 젖은 눈빛, 그 얼굴은 엄청 잘 생겼어요.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어딘가 사연 있어 보이는 개라는 점에서 재필, 상구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제는 시나리오 속 봉구는 '수컷'이라는 설정이었다. 재필, 상구, 봉구 이렇게 남자 셋이라는 의미가 컸다. 그러나 복순은 암컷이었다. 그렇지만 다른 선택지는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이미 남 감독은 복순을 마음에 담았다. 그래서 복순이에게 성별이 드러나지 않도록 옷을 입히기로 했다.
이것 역시 일종의 전화위복이 됐다. '핸섬가이즈'에는 '호러'도 있다. 그래서 여러 옷 후보 중 '사탄의 인형' 시리즈의 주인공인 처키 스타일의 옷을 입히기로 했다. 그렇게 '핸섬가이즈'의 신스틸러이자 장르의 정체성을 지닌 봉구가 탄생했다.
복순은 크레딧에도 이성민, 이희준 등과 함께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남 감독이 제작진에 요청한 것이다.
"봉구는 출연한 생명체 중 하나고, 당연히 출연자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봉구, 정말 잘 생겼어요. '핸섬가이즈'에 봉구도 포함된다고 봐야 해요."(웃음)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