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同性) 커플'의 상대방(배우자)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해야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민법상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동성 결합 관계'에 대해서도 일부나마 사회보장제도가 적용돼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8일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사실혼과 달리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아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다"며 "이러한 취급은 합리적 이유 없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국민건강보험 법령에서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 행위이고 그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보험료 부과 처분에 있어 '절차적 하자'도 있다고 봤다. 공단이 소씨의 동성 커플 김용민씨에게 보험료 부과 처분을 사전에 통지하거나 관련해 의견을 낼 수 있게 하지 않았다는 게 근거가 됐다.
소씨와 김씨는 2019년 5월 결혼식을 했다. 김씨는 2020년 2월 소씨와 동성 동반자란 사실을 밝히고, 건보공단 홈페이지에 피부양자 신고가 가능한지 문의했다. 건보공단은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고, 절차를 안내했다.
이에 소씨는 김씨의 피부양자로 등록됐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두 사람이 동성부부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같은 해 10월 "담당 직원의 실수"라며 소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무효로 하고 그 다음 달 보험료 부과 처분을 했다.
이에 소씨는 건보공단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1심 재판부는 "동성 부부를 법적인 사실혼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지난해 2월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에 있다고 보지는 않았지만,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은 동성 결합 관계라고 하더라도 사실혼 부부와 달리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실혼 법리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법률혼으로 인정될 수는 없지만, 혼인의 의사와 부부 공동생활의 실질이 있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가 있는 신분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발전했다"며 "혼인의 의사로 부부 공동생활을 하는 동성 커플은 오히려 인권의 측면에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피부양자로 인정될 수 없었던 '동성 결합' 관계에 있는 이들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을 보다 충실하게 보장할 수 있게 되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