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볼은 안대를 끼고 눈을 가린 채 소리가 나는 방울이 들어있는 공을 상대 팀 골대에 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로지 청력에만 의존해 공을 던지고 막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스포츠다.
6살 때 시각 장애 판정을 받은 김희진은 중학교 시절 처음 골볼을 시작했다. 고교 재학 중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이후 대표팀의 간판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별개로 김희진은 스무 살 때부터 뮤지컬 활동을 병행했으나, 현재는 골볼 선수 생활에 매진하고 있다.
골볼 대표팀은 2022년 열린 국제시각스포츠연맹(IBSA) 골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해 파리 패럴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후 김희진은 패럴림픽 무대만 바라보고 있다.
15일 경기도 이천선수촌에서 만난 김희진은 "골볼은 그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내 자아를 찾을 수 있는 무대이고, 뮤지컬은 또 다른 자아를 찾을 수 있는 무대"라며 "두 가지 활동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 골볼 대표팀이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28년 만이다. 그는 "패럴림픽 출전이라는 기적에 이어 패럴림픽 메달 획득의 기적을 쓰기 위해 훈련에 온 힘을 쏟아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장을 맡은 김희진은 스스로 '꼰대'를 자처하고 있다. 그는 "나는 꼰대다. 그래도 꼰대라는 걸 인정하니까 선수들이 쉽게 다가오는 것 같다"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선수들도 있지만 잘 소통하고 있다"고 웃었다.
2022년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무려 2년 동안 대회 준비에 매진했다. 그는 "준비 기간이 너무 길었다.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지쳤을 수도 있다"면서도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기에 자신 있다"고 이를 악물었다.
파리 패럴림픽에서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상 하위권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강호 일본, 캐나다를 연거푸 꺾은 만큼 반전을 기대할 만하다. 이들은 파리 패럴림픽 시상대에 서는 것을 목표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