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임성근 전 1사단장을 둘러싼 '구명 로비 의혹'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당시 청와대 경호처 출신 인물이 임 전 사단장과 대응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추측되는 녹취록도 추가로 공개됐다.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청와대 경호처 출신인 송모씨는 지난해 8월 9일 공익제보자인 A변호사와 통화하면서 임 전 사단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언급했다. 송씨는 투자자문사 블랙펄 인베스트먼트 이종호 전 대표, A변호사 등과 함께 이번 구명 로비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골프 모임을 논의했던 인물로, 전 경호처 직원이다.
통화 녹취를 보면 A변호사가 먼저 "요즘 해병대 어떡해요"라고 말을 꺼낸다. 그러자 송씨는 "나는 사단장 여기만 잘 살피고 있다. 내가 통화도 하고 그랬는데"라며 임 전 사단장과 소통하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송씨는 그러면서 "내가 그랬다. 어떤 경우가 와도 도의적인 책임은 지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전혀 사표라든지 이런 거 내지 말아라. 사의 표명 하지 말아라. 자기도 그런 거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하면서 "밖에 대민지원 갔다가 그런 일 벌어졌는데 그걸 사단장 책임이라고 하면 말이 안 된다. 여튼 그런 방향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A변호사는 같은 날 이 전 대표와도 통화한다. 이 전 대표는 이번 구명 로비설의 중심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서 '2차 주가조작' 컨트롤타워 역할로 지목된 인물이다.
A변호사는 이 전 대표와의 통화에서도 임 전 사단장 거취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때도 송씨가 등장했다. 이 전 대표는 A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임 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그래서 송씨가 전화가 왔다"며 "그래서 내가 절대 사표를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송씨가 이 전 대표에게 임 전 사단장의 사의 표명 소식을 전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재차 "내가 VIP한테 얘기할 테니까 사표 내지 마라(고 했다)"며 "해병대 별 4개 만들 거거든"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A변호사가 "위에서 그럼 (임 전 사단장을) 지켜주려고 했다는 것인가요? VIP 쪽에서?"라고 재차 묻자, 이 전 대표는 "그렇지. 그런데 언론에서 이 XX들을 하네"라고 말한다.
공개된 녹취 내용을 종합해 보면, 송씨가 먼저 임 전 사단장과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고, 이 소식을 접한 이 전 대표도 임 전 사단장의 구명에 관여한 것으로 읽힌다.
이런 상황은 그간 구명 로비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밝힌 해명과 차이가 있다. 송씨는 지난 15일 한 언론에 채 상병 사건 이후 임 전 사단장과는 위로 문자를 보냈을 뿐 다른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A변호사와 통화할 때는 "내가 (임 전 사단장과) 통화도 하고 그랬는데"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문자 외 연락은 없었다는 것이다.
송씨는 CBS노컷뉴스에 "(A변호사와 통화 당시) 녹음을 하지 않아서 당시에 어떤 대화 과정에서 그런 내용이 녹음되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며 "제보자(A변호사)가 주장하는 시기에 임 장군(임 전 사단장)과 통화한 사실이 없으며, 제가 떳떳함을 증명하고자 2023년 7월 16일부터 8월 30일까지 통신기록을 조회했다. 확인 결과 8월 2일 제가 임 장군에게 위로차 카톡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으며 답은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임 전 사단장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도 보내왔다. 메시지는 "임 장군!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섣부른 판단 하지 말고 잘 참고 견디시게 해병대 선·후배가 많이 지켜보고 응원합니다."라는 내용이다.
임 전 사단장도 지난 10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7월 19일부터 8월 1일까지 송씨로부터 전화를 받은 기억이 없다"며 "8월 2일 이후 미상일에 송씨로부터 '언론을 통해 사의 표명을 들었다. 건강 잘 챙겨라'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듯한데, 수령 일시와 정확한 내용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 같은 당사자들의 해명에도 구명 로비 의혹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공수처는 해당 의혹을 풀어줄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디지털포렌식센터에 보냈다. 공수처는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를 이미 확보했지만, 비밀번호를 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통화 녹음파일로 구명 로비 의혹이 재차 불거지자 포렌식 작업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