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반 행세를 하며 노래연습장 업주들을 상대로 금품을 빼앗던 미등록 사조직 일당이 출소 뒤 같은 범행을 저지르다 덜미를 잡혔다.
이번에는 교도소 동기까지 끌어들인 데다, 업주들의 입막음을 위한 행위는 더욱 교묘해졌다.
한때 청주지역 노래연습장 업주들 사이에서 금품 갈취로 악명이 높았던 A(59)씨.
A씨는 '불법비리척결운동 충북연합회'라는 미등록 단체를 결성해 노래방을 돌며 술 판매와 도우미 고용 등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빼앗고 다녔다.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명목으로 자체 신분증까지 만들어 단속반 행세를 했다.
지난 2017년부터 2년여 동안 피해를 본 노래방 업주들은 10명이 넘고, 이들에게 빼앗긴 돈만 6천만 원에 달했다.
이들의 악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불법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었던 A씨는 2019년 붙잡혀 실형을 선고받고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A씨는 더욱 악랄하고 치밀해져 돌아왔다.
2021년 출소한 A씨는 교도소 동기를 끌어들여 '불법비리척결운동 충북연합회'라는 조직을 다시 결성했다.
미등록 단체라는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사무실을 두지 않았다.
수법은 진화했다.
과거 자신을 신고한 노래방을 찾아가 협박했다. 이들이 복귀했다는 소문은 금세 퍼졌고, 노래방 업주들은 다시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
A씨는 교도소 동기인 B(44)씨에게 노래방에서 술을 주문하고 여성 도우미를 부르도록 했다.
잠시 뒤 자신이 직접 찾아가 불법행위를 단속하겠다며 겁을 주고는 업주들에게 건어물 구매를 제안했다.
금품 갈취가 아니라 정당하게 물건을 판매한다는 것이었는데, 건어물 값은 시중가의 두배 정도 높았다.
물건을 사지 않으면 술 판매 등을 신고해 행정처분을 받게 했다.
또 관공서 직원들을 잘 알고 있다고 거짓말하며 단속이나 행정처분을 받지 않게 해주겠다고 속여 청탁금 명목으로 금품을 받아 챙겼다.
A씨는 노래방 업주들을 모아 계를 만들기도 했다. 곗돈은 모두 자신이 챙겼다.
일부 업주들에게는 자신의 금목걸이 등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 금목걸이는 가짜였다.
A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금액은 피해자 1명당 적게는 1천만 원, 많게는 3억 원에 달한다.
이렇게 지난 3월부터 석달여 동안 A씨 일당에게 금품을 뜯긴 피해자만 20명이다. 피해 금액은 모두 5억 원이 넘는다.
경찰은 노래방 업주들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는 일당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벌여 A씨와 B씨를 잇따라 검거했다.
경찰은 A씨를 특수공갈과 사기,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B씨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이 붙잡힌 뒤 피해 업주들의 추가 신고도 잇따르고 있어 경찰은 여죄 등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보복이 두려워 피해를 숨기는 업주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업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