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가 1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동훈 후보에 대한 폭로전도 뜨거워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무시한 데서 빚어진 당정갈등이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으로 번진 상태다.
한 후보가 '읽씹(읽고 무시) 논란'을 당무 개입 논란으로 전환하자, 친윤계 지원을 업은 원희룡 후보 측에서는 총선 당시 한 후보가 가까운 가족과 공천을 논의했다는 '사천(私薦) 논란'과 댓글부대 운용 의혹까지 제기하며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당내에서는 두 캠프 간 비방의 수위도 문제지만 총선 때부터 불거진 갈등의 골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라며 "심리적 분당(分黨) 상태"라는 말도 이미 파다하다. 때문에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야권발(發) 각종 특검법 처리를 놓고 친윤계와 친한계가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눌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한동훈의 '피벗'…野는 채상병 이어 '韓특검법' 본격 추진
12일 국민의힘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에서도 한 후보를 둘러싼 '읽씹 논란' 공세가 뜨거웠다. 특히 한 후보가 이를 국정농단과 당무개입에 비유한 것을 두고 연일 난타전이 펼쳐지고 있다.나 후보는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을 획책하고 있다. 국회에서 탄핵 청원 청문회라는 말도 안 되는 기상천외한 의회 폭거를 일으켰다"며 "제가 '탄핵 막겠다'고 했더니 어떤 후보가 '공포 마케팅'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 후보를 정조준했다. 이어 "이거 한가한 소리 아닌가. 늘 이러니까 우리가 무기력하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다. 늘 이러니까 총선에서 패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후보로서는 문자 파동에서 나온 '배신자 프레임'을 '국정농단·당무개입 프레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인 셈인데, 나 후보 지적대로 자칫 민주당에 탄핵 빌미를 줄 수 있다. 당장 문자를 보냈다는 것만으로는 법리적으로 당무 개입이 성립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무적으로는 야당이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해 탄핵 올가미를 맬 수 있도록 빌미를 준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반면 한 후보 역시 사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원 후보는 "한 후보가 우리 당에 입당도 해본 적 없는 사람들과 공천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수시로 의논했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지난 3월 1차 비례대표 공천 명단이 재조정됐는데, 이 명단에 한 후보 측과 가까운 인사들이 앞 순번을 받았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여기에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사설 댓글팀을 운영했고, 총선 당시 여의도연구원으로 하여금 한 후보의 이미지를 조사하느라 본연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하게 했다는 주장도 했다.
이미 야권에서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같은날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미 발의한 한동훈 특검법 안에 이번에 문제가 된 사설 댓글팀 운영 의혹도 추가하겠다"며 "일단 공무원법 위반은 너무 당연하고 업무방해죄 등 여러 가지 혐의가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연히 수사를 통해서 사설 댓글팀의 조직관리를 누가 했는지, 비용은 누가 댔는지, 당시 한동훈 장관에게 언제 몇 번 보고를 했는지 등을 다 조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의 딸 논문 대필 의혹, 지난 대선 당시 고발 사주 연루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한동훈 특검법'은 다음주 중 법사위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친윤·친한 치킨 게임? 분당 현실화 되나
한 후보로서는 당 대표에 당선되더라도 자신에 대한 특검법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전당대회가 끝나면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이 친윤계와 친한계 분열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과 채 상병 특검법을 협상해 수정안을 대안 의결할 수 있다. 민주당은 다가오는 19일 채 상병 순직 1주기가 아닌 8월로 재의결 시점을 잠정적으로 미룬 상태다. 즉, 민주당안(案)에 대한 재의 표결 없이 곧바로 수정안 협상에 돌입해 여야 합의안이 나오는 것을 염두에 둔 조치로 읽히는 지점이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합의안이 도출된다면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무력화된다.
다만 여야 합의 과정에 돌입하는 순간 친윤·친한계가 사실상 분당 상태가 되기 때문에 한 후보가 입장을 선회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원내 관계자는 "한 후보가 '제3자안'을 던지는 순간 큰 반발이 나올 것이고, '선(先)수사 후(後)특검'이라는 원내의 기본 입장도 변함 없다"며 "한 후보가 취임하자마자 레임덕에 빠질 수 있는데 과연 그런 선택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친윤계도 한 후보의 목줄을 죄고 있다. 조국당이 한동훈 특검법에 속도를 내고 있고, 민주당도 이에 동의하고 있는 만큼 본회의 상정은 속도 문제다. 친한계가 채 상병 특검법 합의를 추진하면 친윤계도 한동훈 특검법에 대해 민주당과 논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친윤계는 한동훈 특검법에, 친한계는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 양측 간 갈등 관계가 원한 관계로 흐르면서 '치킨 게임'이 현실화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친윤과 친한이 다 살려면 갈등을 봉합해야 하지만 이미 관계가 틀어질대로 틀어진 상황"이라며 "누가 대표가 되든 당장 코앞에 닥친 채 상병 특검법을 우리(여당)이 받는 순간 분당(分黨)은 심리 상태가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