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고고학은 직가가 2010년 남태평양 이스터섬을 방문해 유물 발굴 현장을 목격한 후 착안한 개념이다. 11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과거의 유물을 통해 현 시점의 역사를 추적하는 고고학자에게 영감을 받았다"며 "미래에서 현재와 과거를 바라보면 시간을 초월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 곳곳에서 시간, 역사, 문화, 장소의 경계가 사라진 작가의 융합적 세계관을 반영한 작품을 볼 수 있다. '발굴현장'은 3024년, 폐허가 된 서울의 발굴 현장을 보여주는 설치 작품이다. 발굴된 유물은 핸드폰, 카메라, 신발, 모자 등 일상적인 물건으로, 석고, 화산재 같은 광물로 주조하고 인위적으로 부식시켜 오래된 것처럼 느껴진다. 공간이 실제 발굴 현장처럼 구성돼 관객들은 유적지를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폭 5m 대형 회화 '숭고한 계곡, 스투바이탈'은 알프스 스투바이탈 계곡의 웅장한 풍경을 배경으로 비너스 이탈리카, 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로봇 알투디투와 쓰리피오, 프르쉐 911 터보 등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낸다.
또다른 공간에서는 작가가 영감 받은 영화의 포스터를 부조로 제작한 '무비 포스터' 시리즈와 직접 제작한 영화 '미래 유물', '모래시계'를 상영한다. '미래 유물'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기반해 미래 인유의 운명을 그린 SF영화로, 기후 재앙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려는 고고학자의 서사를 담고 있다.
'모래시계'는 브랜드 아디다스와 협업해 제작한 영화다. 작가는 12살에 허리케인을 경험했는데 이로 인한 트라우마를 재현했다. 다큐와 픽션이 혼재하는 이 영화는 작가의 과거와 가상의 시나리오를 넘나들며 시간의 본질과 인간의 존재에 대해 질문한다.
'예술은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작가는 순수예술을 넘어 안무가, 뮤지션,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협업하고 있다. 전시장에는 작가의 초기 회화 작업과 오브제 작업을 포함한 대표작을 모아놓은 '아카이브 스튜디오', 작가의 뉴욕 스튜디오를 재현한 '아카이브 스튜디오: 콜라보레이션' 공간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