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중증·응급환자'에 집중…'의·정 갈등'을 계기로

중증 수술 수가 대폭 인상, '성과 기반 보상체계'
일반병상 5~15% 감축…중환자 병상 확대로
전문의 늘려…전공의는 수련에 집중하도록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노연홍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날 열린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논의 결과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중증·응급환자에 집중하는 체제로 변환하는 의료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정갈등이 길어지면서 비상진료체계가 가져온 의료 현장의 변화를 오히려 의료전달체계 혁신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11일 중증 수술 수가를 대폭 인상하고, 일반 병상을 축소하는 등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환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의료 공급·이용 체계를 바꾸는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의료기관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으로 구분되는데, 상급종합병원으로 갈수록 난도가 높고 생명이 위중한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의료기관 종류별 역할과 기능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

그동안 의료기관은 제각기 집중해야 할 환자군 위주로 기능을 강화하기보다는, 상급종합병원부터 의원까지 비슷한 환자군을 두고 경쟁하며 병상 등 시설과 진료량을 급속히 늘렸다. 그러면서 높은 비용의 숙련된 인력을 채용하기보다 전공의들이 당직 등 장시간 근로를 떠맡게 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 앞으로는 상급종합병원이 처치 난도가 높고 생명이 위중한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 인근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내원객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정부는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 수가(酬價), 중증수술 수가 등 보상을 강화한다. 상급종합병원이 본래 기능에 적합한 진료에 집중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성과 기반 보상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응급 진료를 위한 당직 등 의료진 대기에 대해서도 최초로 당직 수가를 도입해 보상한다.

또 상급종합병원은 일반병상을 줄이고 중환자 병상을 확대한다.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하도록 개선하는 것이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지역 병상 수급 현황, 현행 병상수, 중증 환자 진료실적 등을 고려해 병원별로 시범사업 기간에 일반병상 5~15%를 감축하도록 할 계획이다.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은 "일반병상을 줄이는 것은, 직접적으로 손실을 보전한다기보다는 시범사업 참여 기관이 진료나 진료 협력, 병상, 인력, 수련 등 전반적인 구조 전환을 하는 경우에도 안정적으로 병원이 운영될 수 있도록 보상을 강화하는 차원"이라며 "상급종합병원이 자연스럽게 중증 환자 진료 구조로 전환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병상당 전문의 기준 신설도 검토한다. 전문의 수를 늘려 전공의들이 과중한 근로 대신 수련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차원이다.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전공의 연속 근무 최대 시간을 36시간에서 30~24시간으로 감축해야 한다.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도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라는 이름을 바꾸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그간 '상급'이라는 명칭이 병원 서열을 암시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상급종합병원이라는 명칭이 3차 병원으로서 최고난도의 환자들을 진료해야하는 역할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못해 국민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며 "명칭 변경 여부, 적절한 명칭이 무엇인지 등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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